인터넷 민원서류 올스톱…관공서 북새통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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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28일 일선 구청과 법원에는 민원서류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과를 찾은 민원인들이 자동발급기 앞에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인터넷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28일 일선 구청과 법원에는 민원서류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과를 찾은 민원인들이 자동발급기 앞에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다. 원대연 기자
《“몇 통요, 두 통요? 2000원 주시고, 다음은요?”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종로구청 종합민원실.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가 중단된 이후 몰려든 민원인들을 위해 담당 직원이 민원서류 자동발급기 옆에 서서 다급한 목소리로 업무를 처리했다. 20분도 넘게 기다렸다는 박찬도(33) 씨는 “계약 관련 소송을 위해 건물,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없어 구청에 나왔다”며 “인터넷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국민이 다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시간 서울남부지방법원 영등포 등기소. 3대의 자동발급기에 1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행정자치부 대법원 국세청 등이 보안 문제로 인터넷 발급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해 시민들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크게 늘어난 민원실 이용=종로구청 지적과 관계자는 “인터넷 발급 서비스가 중단된 27일 민원 이용 건수는 무려 355건으로 지난달 하루 평균 건수 270건을 훨씬 넘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잠정 집계한 결과 27일 민원인 수가 하루 평소 800명에서 1500명으로, 대기시간은 4분에서 30분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시 홈페이지는 접속자를 소화하지 못해 오후 내내 수시로 시스템이 다운됐다. 토지(임야)대장등본 건축물대장등본 등 일선 등기소에서 발급되던 서류를 이곳에서 발급받으려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은 것.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시스템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공인기관 등도 대책마련 부심=일부 대학 및 자격증이나 성적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기관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성적 위조 변조 가능성이 제기된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이나 단체 등이 성적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점수를 대조하므로 성적표 위조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사례는 없지만 국가기술자격 취득사항 확인서 발급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Y대, H대 등은 “인터넷을 통한 위변조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보안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올해 말부터 인터넷 증명서를 발급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인터넷 민원서류 이용 현황=2년 전 구축된 대한민국 전자정부(www.egov.go.kr)는 8월 현재 민원서류 발급서비스 이용자가 하루 평균 1만1332명에 이를 정도다.

정부가 대한민국전자정부를 통해 안내하는 민원서류 종류는 4726종으로 이 가운데 민원서류의 발급 신청만 가능한 것은 400종. 20종은 민원인이 자신의 프린터로 출력이 가능하지만 이 서비스는 23일부터 중단됐다.

민원서류 발급서비스는 2003년 5만8000여 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90만 건으로, 올해는 23일 현재 161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대법원의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법인 등기부등본 발급 서비스는 하루 평균 4만여 명이 이용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의 납세증명서 발급이나 수입세금계산서 등에 대한 이용 건수도 매일 5000∼1만 건 정도였다.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 현황
기관종류하루 이용중단 여부
전자정부
(행정자치부)
토지(임야)대장 등본 등 20종1만1300여 건23일부터 중단
대법원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2종4만여 건27일부터 중단
국세청납세증명, 소득금액증명 등 33종 1만여 건28일부터 중단
관세청수입세금계산서 등 2종5000여 건중단계획 없음
대검찰청고소고발장접수증명서 등 9종1, 2건 28일부터 중단
서울시토지대장 등본, 지적도 등본 등 6종800여 건중단계획 없음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정부대책 실효성은

정부가 28일 마련한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대책은 △법적 처벌 강화 △행정정보 공유시스템 구축 △공공기관의 원본대조 기능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했듯이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변조 가능성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끊임없이 보안체계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반드시 원본을 확인해야

정부가 행정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은 국민이 아예 민원서류를 뗄 필요가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는 정부 부처에 한정된 것이어서 은행 등 민간기관에 서류를 제출할 때는 해결책이 못 된다.

위변조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해도 범죄가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터넷 서류를 제출받는 개인이나 기관이 원본과 직접 대조하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원본 자체는 위변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꾸준한 홍보와 교육활동이 뒤따라야 한다.

○ 저가 낙찰 관행 사라져야 한다

한 인터넷 보안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전자정부 사업이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저가(低價) 경쟁을 부추겨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삼성SDS, LG CNS 등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참여하는 경쟁 입찰을 통해 시스템 구축 회사를 선정한다.

SI 회사들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낙찰을 받으려 한다. 그러므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저가 낙찰을 받으면 프로그램을 실제로 개발하는 중소 벤처기업들의 납품가격을 깎는다. 벤처기업이 부실하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정부 시스템의 보안 상태를 높이려면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며 “저가 경쟁이 계속되는 한 보안시스템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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