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반포 유수지 골프연습장 8년 공방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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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지(遊水池) 내 골프연습장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서초구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초구는 방재시설인 반포유수지 지상에 골프 연습장을 세우겠다며 최근 서울시에 건립 허가를 요청했다.

유수지는 평소에는 비어 있는 땅이나 폭우 시 물을 일시적으로 가두어 침수 등의 피해를 막는 저수 기능을 한다. 현행법상 유수지 안에는 건물을 세울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서초구는 ‘도시계획시설의 결정, 구조 및 설치 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를 근거로 유수지 시설에 대해 ‘입체적 도시계획시설’로 간주하면 골프연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수지 1만7000평 바닥 부분에는 서초구가 총 8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반포호수체육공원이 곧 들어서게 된다. 축구장, 농구장, 테니스장, 자전거 트랙 등을 갖춘 체육공원이 30일 준공식을 갖는 것. 물론 이 시설들은 지상 구조물이 아닌 평면을 이용한 것들이어서 유수기능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서초구는 이 같은 체육공원을 확대해 유수지 외곽 위쪽 땅에 골프연습장 건물을 짓고 유수지의 공중 부분 2500여 평에 그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물을 지탱하는 기둥도 유수지 안에 세우지 않고 유수지 바깥쪽에 세워 유수지 기능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입체적 도시계획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골프연습장 건립과 관련한 서울시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방재시설인 유수지에 원칙적으로 다른 시설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 입장.

서울시 관계자는 “비록 그물이 유수지에 닿지 않는다고 해도 그물을 치기 위해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건축법상 기둥의 길이가 6m 이상이 되면 건축물로 인정된다”며 “골프장 그물을 쳐놨다가 만에 하나 홍수가 나 유수지를 덮치면 배수 기능이 마비돼 그 일대가 침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이에 앞서 1998년부터 7, 8번에 걸쳐 유수지 내 골프연습장 건립을 허가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방재시설로서의 유수지 기능이 우선”이라며 허가를 거부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유수지의 기능을 그대로 살리면서 놀고 있는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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