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양형기준법’ 갈등 2라운드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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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기준법 도입을 놓고 법원과 검찰이 초반부터 심각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문제를 중심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대립과 마찰을 빚은 법원과 검찰의 ‘2차 대전’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검찰이 선제공격에 나서 1차전과는 달리 “공수(攻守)가 교대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검찰, “법제화 반드시 필요”=법무부와 검찰은 13일 한목소리로 양형기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이 아닌 규칙 등으로 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럴 경우 실효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양형기준법 제정에 대해 마치 법원은 판사의 고유 권한인 재량권을 박탈하기 위한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양형기준법이 시행되면 전관예우와 로비 등이 사라지므로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자판기 판결은 안돼”=판사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자판기에서 음료 뽑듯 양형기준표 만들어서 사건기록 넣고 형량 뽑으라는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러면 판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서울고법 민사부의 중견 판사는 “양형기준법이 제정되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서민범죄에 대해 ‘선처’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져 애초 취지와 달리 서민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부의 한 판사는 “폭행 사건에서 살짝 쳐서 이가 부러지는 경우와 세게 쳐도 멍만 드는 경우가 다른데 이 모든 유형을 계량화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양형기준법을 시행하는 미국에서도 판사들의 재량은 보장한다”고 말했다.

▽시민 의견은 엇갈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朴根勇) 팀장도 “양형기준을 보다 촘촘하고 정밀하게 만드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법률로 제정해서 법관들의 재량을 위축시킨다면 위헌 소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zamsu99’라는 누리꾼은 “판사의 재량으로 득을 본 정치범 경제범도 더러 있겠지만 불쌍한 서민 중에서도 정상 참작돼 선처 받은 사람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반면 ‘ghktnsrla’라는 누리꾼은 “법관들은 정작 정상 참작을 해 줘야 하는 서민에게는 가혹하고 권력과 돈에는 관대했다”며 “재량권이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사개추위, 법조윤리案 의결

변호사의 영구 제명 사유가 확대되는 등 이전보다 한층 엄격해진 법조윤리 확립 방안이 대통령 직속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사개추위는 12일 장관급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법조윤리 확립방안’을 의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영구제명 사유 확대=변호사법의 제명 사유를 ‘집행유예를 포함해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과실범 제외)’으로 확대했다. 현재 규정은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돼 있다.

▽변호사 수임자료 제출 의무화 대상도 확대=공직에 있다가 퇴직한 변호사는 퇴직 후 2년간 수임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사개추위는 여기서의 ‘공직’의 범위를 법관과 검사, 군 법무관 외에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법관과 검사, 군 법무관 외에도 경찰이나 감사원,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공직에 몸담았다 퇴직한 뒤 개업한 변호사는 퇴직 후 2년간의 모든 사건 수임자료를 소속 지방변호사회와 독립기구로 설치되는 중앙법조윤리협의회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변호사 교육 강화=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변론 행위는 일절 금지된다. 위반할 경우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65세 이하의 모든 변호사는 2년마다 20시간 이상의 법조윤리 등 변호사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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