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장애인 보기 힘든 장애인 체육센터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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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기쁜우리체육센터 내 헬스장.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체육센터지만 인근에 사는 비장애인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쁜우리체육센터
17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기쁜우리체육센터 내 헬스장.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체육센터지만 인근에 사는 비장애인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 기쁜우리체육센터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기쁜우리체육센터 내 헬스장. 기쁜우리체육센터는 지난해 국고 보조와 시비로 지어진 장애인체육센터. 헬스장 안에는 장애인체육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장애인은 거의 없었다. 그 대신 인근에 사는 주민 10여 명만 열심히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뛰고 있었다.

장애인들의 모습은 수영장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창 수영 강습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부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 수영 강습이었다. 8개의 라인 중 제일 구석의 1개 라인에서만 경증 장애인들이 자유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장애인체육센터는 일반 체육센터에 다니기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편의시설과 장비 등을 갖춘 체육센터로 기쁜우리체육센터를 포함해 서울시내에 6곳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 대부분의 장애인체육센터는 장애인들이 아닌 비장애인들의 체육센터로 쓰이고 있는 실정. 장애인은 체육센터 전체 이용객의 10∼20%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 지침에는 장애인을 30% 이상 배정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 규정만 있을 뿐 강제 규정은 없다.

체육센터 측은 정부나 서울시에서 추가로 운영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의 비율을 높이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달리 무료 또는 이용료의 50% 할인 혜택을 받고 있고, 장애인 강습을 하려면 인건비도 비장애인 강습 때의 배가 들기 때문이라는 것.

기쁜우리복지관 박세영 사무국장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장애인체육센터의 연간 운영 보조금은 장애인복지관 운영 보조금의 10% 수준”이라며 “장애인들의 비율을 높이고 싶지만 그러려면 수억 원의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장애인체육센터에 연간 지원하는 운영 보조금은 1억2000만∼1억5000만 원 수준. 체육센터에서 주장하는 연간 운영비는 10억 원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기쁜우리체육센터의 경우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마련했지만 비장애인을 위한 일반 강좌를 하느라 실질적인 장애인 프로그램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영 강좌를 받으려는 장애인 대기자는 이미 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체육센터는 정부 지원 아래 장애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체육센터의 운영비도 국가가 대부분 지원하고 있어 장애인 이용률이 50∼100%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우리 시는 다른 시도보다 인건비 2명분을 더 지원하고 있다”며 “실태조사 등을 통해 충분히 타당성을 검토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지원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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