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사달-아사녀 불국사에서 ‘1200년만의 재회’

  • 입력 2005년 6월 8일 0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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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 중엽 통일신라 경덕왕 때 다보탑(국보 20호)과 석가탑(국보 21호)을 조각한 것으로 알려진 전설적 석공인 아사달(阿斯達)과 그의 아내 아사녀(阿斯女)를 추모하는 ‘사랑탑’이 건립된다.

경북 경주와 전북 익산지역 석공들은 7일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에서 사랑탑 조각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5일 불국사에서 2km 쯤 떨어진 영지(影池) 앞에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영혼을 불러내는 의식을 거행했다. 토함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연못은 아사달과 아사녀가 몸을 던진 곳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경주지역 석공들이 중심이 된 경석동우회와 동해지구석재협의회는 2003년 1월 아사달의 예술혼을 살리고 아사녀와의 애절한 사랑을 기리는 추모탑을 세우기로 뜻을 모았다.

경석동우회 정상곤(鄭相곤·54) 회장은 “돌과 함께 살고 있는 석공들의 마음 속에 있는 아사달의 예술혼을 되살리고 싶었다”며 “다보탑과 석가탑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았던 그의 장인정신을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높이 6.4m, 폭 12.4m의 사랑탑은 연말쯤 불국사 일주문 앞 ‘동리·목월 문학관’ 광장에 세워질 예정이다.

사랑탑에 사용될 돌은 옛 백제 땅인 전북 익산의 화강암. 석공들은 탑 건축에 필요한 돌 120여t을 경주로 옮겨왔다. 아사달이 백제 땅에서 신라로 온지 1200여 년 만에 백제의 돌이 신라 땅으로 온 것.

석공들은 두 사람의 영혼을 상징하는 청색과 홍색의 명주천을 돌에 둘렀다.

사랑탑 조각의 시작을 알리는 개석제(開石祭)에 참석한 석공예 명장 권오달(權五달·63·전북 익산시) 씨는 “국가 문화재의 80%가량이 석조인데 정작 돌을 깍은 석공이 누군지 잘 모른다”며 “아사달에 이어 옛 백제 땅의 돌이 신라 땅으로 와서 탑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은 시대를 넘어 신라와 백제를 잇는 가교”라고 밝혔다.

사랑탑이 세워지면 전국의 석공들은 이 곳에 모여 아사달의 장인정신을 기릴 계획이다.

불국사 주지 종상(宗常) 스님은 “석공들이 온 정성을 모아 만드는 추모탑이 영원히 기억됐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사랑탑 건립위원회(홈페이지 asadalhon.com) 054-777-6868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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