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中道…콘텐츠는 선진화…새 세력 뜬다

  • 입력 2005년 5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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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으로는 ‘중도’, 콘텐츠로는 ‘선진화’를 내세운 중도그룹들이 결집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50년 보수’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면서 좌우(左右)의 이념 편향을 뛰어넘어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선진국가화’가 이들의 지향점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특히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던 ‘중도 운동’에 많은 그룹들이 집단적으로 동참한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우리 사회 제반 영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진화 정책운동’=선진화를 향한 국민운동을 주도하기 위해 사회지도급 인사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의 서경석(徐京錫) 대표, 김성훈(金成勳) 상지대 총장, 이각범(李珏範)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김진현(金鎭炫) 에코포럼 대표, 권태준(權泰埈) 서울대 명예교수, 김석철(金錫澈) 명지대 건축대학장이 이 모임의 대표적인 얼굴들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의 이석연(李石淵) 대표도 이 운동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고려대 현인택(玄仁澤·국제정치학),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 교수가 이들과 학계를 연결하는 창구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수도이전 문제로 의원직을 자진 사퇴한 박세일(朴世逸) 전 의원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윤여준(尹汝雋) 전 의원 등도 이들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내달 13일 선진화 운동에 동참하는 사회 원로와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운동의 사무총장에 내정된 구해우(具海祐) 미래재단 상임이사는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의 공과(功過)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념과 계층, 남북 갈등을 포괄하는 창조적인 국민통합 운동으로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도 386’의 결집=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로 변신한 ‘386’ 운동권 출신들도 선진화의 기치 아래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 온 이정우(전 서울대총학생회장) 변호사와 김윤 씨 등 일명 ‘초심회’ 멤버들이 중도 운동에 참여키로 마음을 굳혔다.

또 최근 386 운동권 출신들이 이사로 대거 참여한 미래재단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단에는 ‘주사이론’을 운동권에 소개했던 정대화 변호사와 박홍태 송갑석 추장민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나라당 원희룡 남경필 박형준 의원 등 소장개혁파 인사들도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교감을 갖고 중도 운동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또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대표비서실 차장을 지낸 강영추 씨가 주도해온 개혁전략연구소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보좌관을 지낸 ‘자유를 위한 행동’의 이명우 씨도 중도주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그룹이다.

이들은 내달 10일 6월 항쟁 18주년을 맞아 ‘소통과 대화 0508’이라는 이름의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키로 했다.

▽무엇을 지향하나=중도주의는 20세기를 지배했던 좌우의 대립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실용적 가치관이다.

과거에 대해 전적인 부정도 긍정도 배제하며 공과를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산업화→민주화→선진화’가 이들이 그리는 그림의 요체이며 뉴 라이트에서 합리적인 중도좌파까지를 모두 포괄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중도나 선진화는 아직은 추상적 개념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역시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정치권과의 관계 정립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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