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경미]학교폭력은 조폭과 다른데…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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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육인적자원부는 3, 4월을 학교 폭력 신고기간으로 정해 학교 폭력을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엄벌에 처한다고 공표했다. 또 경찰은 전직 경찰관 중에서 이른바 ‘스쿨 폴리스’를 선정해 학교에 상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고육책이겠지만 학교 폭력을 마치 조직 폭력처럼 인식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학교 폭력에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당장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용돈을 빼앗지만 가해 학생 역시 제때 심리적인 상담이나 주변의 통제를 받지 못하면 비행청소년이 되기 쉽다. 나아가 피해 학생도 자신보다 나약한 학생에게 보복을 함으로써 가해자로 변신하는 악순환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적어도 학교 폭력에 있어서는 영원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완전히 별개의 그룹으로 구분하여 신고를 유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효율성 역시 의문이다.

또 학교 폭력에 대해 학생들과 교사는 친구나 선배, 학부모, 교사의 순으로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길 희망한다는 사실이 많은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수사기관에 신고할 경우 고자질쟁이로 낙인찍혀 오히려 집단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발표처럼 학교 폭력을 신고한 모든 학생을 전학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학교 폭력의 70% 이상은 학교 내에서 발생한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가장 위험한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스쿨 폴리스를 교내에 상주시키겠다는 방침은 학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등과의 충분한 협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더구나 사법권도 없는 민간인인 전직 경찰관을 배치한다면 법적 지위도 모호하거니와 자칫 학교와 학생들을 공연히 자극하고 위축시킬 수 있다. 학교 폭력 책임 교사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학교의 교육권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정부는 학교 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1월 학교폭력특별법을 제정하여 초중고교에 학교 폭력 책임교사를 임명하고 상담교사를 배치해 상담실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 학교별로 학부모 대표와 관할 경찰서의 경찰관, 그리고 청소년선도 및 법률전문가 등을 위원으로 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따라서 스쿨 폴리스의 도입이나 신고 기간 운영 등의 과시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책임교사와 상담교사의 지도, 그리고 학교별 자치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운영해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학교 폭력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교육부 장관에게 있음을 학교폭력특별법은 명시하고 있다. 즉 학교와 교사가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최근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학생의 부모가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학교 측의 지도소홀 책임을 30% 인정하였다. 앞으로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소홀히 할 경우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학교 폭력 중 일부가 조직 폭력화한다고 해서 학생들을 조직 폭력배처럼 다룬다면 우리는 결국 또 한 사람의 사회적 일탈자를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학교 폭력에 대한 교육부와 경찰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허경미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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