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얼마만이냐!”… 서천 석동마을 축제분위기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13분


코멘트
김원철, 이경자 씨 부부가 마을 주민들의 축하 속에 절절 끓는 이웃집 온돌방에서 낳은 지 6일 된 둘째 아이의 출생을 기뻐하고 있다. 가운데는 첫 딸 혜민 양. 서천=지명훈 기자
김원철, 이경자 씨 부부가 마을 주민들의 축하 속에 절절 끓는 이웃집 온돌방에서 낳은 지 6일 된 둘째 아이의 출생을 기뻐하고 있다. 가운데는 첫 딸 혜민 양. 서천=지명훈 기자
할머니들은 안방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과거 자신들이 자녀 키우던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야기 도중에 연방 이들 부부의 품에 안긴 아이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김 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농을 결심하고 부인의 고향인 이 마을에 2002년 4월에 와 정착한 뒤 이번에 둘째 아이를 낳았다. 그가 귀농하지 않았더라면 이 마을에서는 아이 구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19가구에 41명이 사는 이 마을은 김 씨 부부와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다른 1명을 포함해 30대가 3명이고 나머지는 50∼70대이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명절이나 돼야 아이들의 재롱을 볼 수 있다.

면사무소에 따르면 인구 1900여 명인 마서면 전체에서 올해 초등학교 취학자는 10명뿐이다.

김 씨는 “오늘 마산면사무소에 출생신고를 마쳤다”며 “아이가 태어난 것을 주민들이 이토록 축하해 주니 마치 공주를 낳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마산면사무소는 이들 부부에게 이날 보행기를 선물했다.

이 마을 정기섭 이장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아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노인들의 지팡이 소리만 들리기는 전국의 어디나 마찬가지다.

충북 보은군 회북면 용곡2리의 경우 면사무소 주민등록 명부에 29가구 54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사는 사람은 24가구 35명뿐이다. 그나마 주민 대부분은 65세 이상이고 60대 미만이 7명이지만 이들 역시 환갑을 코앞에 둔 나이다.

용곡2리 강병조 이장(57)은 “마지막으로 이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이 18년 전”이라며 “앞으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한 해 동안 출생신고가 10명 미만이었던 전국의 읍면동은 290곳이나 되고, 아예 출생신고가 없었던 곳도 8곳이었다.

이 때문에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은 앞 다투어 다양한 인구늘리기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은 2003년부터 35만 원 상당의 출산 및 육아용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증평군은 매달 2만 원씩 5년 동안 120만 원을 들여 관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건강보험을 들어 준다.

경북 영양군은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실제 인구 증가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층의 농촌인구 유입이 안 되는 데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액수가 실제 출산을 유도할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천=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