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서울]홍대 앞 거리와 ‘마들렌’

  • 입력 2005년 1월 2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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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핸폰(휴대전화) 좀 줘봐. 야 이게 언젯적 거냐. 문자는 되냐?” 희진(신민아)은 미용실 앞을 지나는 중학교 동창생 지석(조인성)을 불러 휴대전화에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해준다(아래 사진). 영화 ‘마들렌’에서 두 젊은이는 ‘홍익대 앞’을 무대로, 계약연애라는 기성세대에겐 낯선 방식을 통해 나름대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간다. 권주훈 기자
“야, 핸폰(휴대전화) 좀 줘봐. 야 이게 언젯적 거냐. 문자는 되냐?” 희진(신민아)은 미용실 앞을 지나는 중학교 동창생 지석(조인성)을 불러 휴대전화에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해준다(아래 사진). 영화 ‘마들렌’에서 두 젊은이는 ‘홍익대 앞’을 무대로, 계약연애라는 기성세대에겐 낯선 방식을 통해 나름대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간다. 권주훈 기자
2000년대 초,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연애담을 사실적으로 그리려 한다면 어디를 배경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영화 ‘마들렌’(2003년작)은 조인성 신민아 박정아 등 청춘스타를 기용해 젊은이의 감성에 접근하려고 한다. 영화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개방적이고 충동적이긴 해도 여전히 건강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애쓴다. 계약연애 중인 희진(신민아)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지만 지석(조인성)은 순결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희진도 남자에게 매달리려 하지 않고 임신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한다.

이들 젊은이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랑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공간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 이른바 ‘홍익대 앞’이다. 영화는 문자 그대로 홍익대 앞에서 시작해서 홍대 앞에서 끝난다.

첫 장면에서 지석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은 홍익대 정문∼수노래방 사이 어울마당2길이고, 희진이 일하는 미용실은 그 길 중간에 있는 ‘로즈미용실’이다. 홍익대 정문에서 홍익대를 등지고 건너편에 보이는 놀이터를 왼쪽으로 끼고 오르면 된다.

길 입구의 놀이터는 매주 토요일 오후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열리는 곳. ‘거리의 예술가’ 60∼70명이 다양한 복장을 하고 모여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다(http://cafe.daum.net/artmarket 참조). 지석, 희진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성혜(박정아)가 실제 ‘홍대 앞’ 출신 밴드인 ‘슈가도넛’과 공연을 하고 지석이 성혜를 처음 만나는 곳은 힙합전문클럽인 ‘NB’. 홍익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방향으로 50m 정도 가면 지하 1층에 있다. ‘http://npzen.com’에서 이들 클럽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라지만 실제 ‘홍대 앞’ 거리는 그다지 문화적이지 못하다. 기본적으로는 유흥가이며 소비의 거리다.

거리의 주인은 ‘거리 예술가’가 아니고 비디오방, 실내포장마차, 당구장과 술집, 대형 노래방들이다.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이 문화활동을 벌이던 클럽들은 대형화, 상업화되면서 점점 더 그저 술 마시고 춤추는 나이트클럽을 닮아간다.

‘마들렌’의 캐릭터 묘사가 후반부에서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한 것처럼 이 거리의 정체성도 위기에 빠져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또다른 배경 고려대▼

영화 ‘마들렌’에서 ‘홍대 앞’ 다음으로 비중 있게 나오는 곳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서울캠퍼스다. 홍대 앞으로 상징되는 즉물적인 공간과 대비되는 차분한 배경으로 활용된다.

희진이 “장소는 네가 정해”라며 데이트를 신청하자 ‘순진남’ 지석이 첫 데이트 장소로 고르는 곳이 자기네 학교다. 희진과 지석은 고려대 정문에서 만나고, 두 사람 뒤로는 사적 285호인 본관 건물과 분수대가 보인다(사진). 희진이 “너 나 사랑하는구나”라며 지석의 마음을 떠 보는 곳은 중앙도서관 앞. 중앙도서관 신관과 구분해 대학원도서관이라고도 부른다. 기품이 넘치는 고딕 양식의 5층 석조건물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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