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과학자들의 침묵

  • 입력 2005년 1월 17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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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KIER) 선임이 마무리됐다.

원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부 공공기술연구회의 이례적인 원장 2차 공모, 1차 공모 탈락자의 2차 ‘구제’ 등 얼핏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절차도 끝났다.

또 권력핵심부의 개입설과 공공기술연구회 정부 측 이사들의 집단 기권설 등도 아무런 해명 없이 의혹만 남긴 채 과거로 묻히게 됐다.

새로운 원장이 선임되고 취임식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이 자칫 ‘딴지걸기’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선임 과정에서 대덕연구단지 내 구성원들이 보여준 ‘내 일이 아니면 알 필요 없다’는 식의 무관심이다.

연구단지에 30여 년 동안 몸담으며 연구에만 몰두해 왔다는 한 원로 과학자는 “대규모 국가 연구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기관의 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하자가 있는데도 누구 하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고도 업무의 독립성과 연구단지의 위상 정립을 논의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며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루트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라며 과학기술분야 대덕연구단지 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의 임면 권한이 공공기술연구회에 전권 부여돼 있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이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선임은 올해의 ‘첫 단추’로 불렸다.

올 상반기만 연구단지 내 7개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원장이 선임될 때 마다 또 다른 풍파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기진 기자 doyoce@f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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