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首長이 교육非理 구설수라니…

  • 입력 2005년 1월 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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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 경제장관회의 참석이기준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선 채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李부총리 경제장관회의 참석
이기준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선 채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이기준(李基俊) 신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장남의 재외국민 특별전형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부총리나 청와대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수장’은 다른 어느 장관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공정한 대입업무 전반을 관장해야 하는데 자신의 자녀가 입시부정 의혹에 휘말린 것 자체가 장관직 수행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교육계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평생 교육에 봉사해온 교육자로서 깨끗하게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많다.

4일 이 부총리가 임명됐을 때만 해도 서울대 총장 시절 논란이 됐던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과다 지출,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 등을 과거의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후 잇따라 새로운 의혹이 계속 터져 나와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대입에서의 부정 의혹은 일반 국민에게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청와대가 해명 과정에서 ‘글로벌화’를 강조하며 “이제 병역과 국적문제는 넓게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것이 오히려 불을 지른 셈이 됐다.

특히 재외국민특별전형은 우리 사회에서 부유층과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에 그동안에도 특혜 시비가 많았다.

1993년 김영삼(金泳三) 정부 출범 당시에도 자녀 대입특례 의혹으로 신임 장관 2명이 며칠 사이에 줄줄이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박희태(朴熺太)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외국인이나 상사주재원 등에게 적용되는 재외국민특별전형을 편법으로 활용해 미국 국적으로 국내 명문 여대에 정원 외로 특례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또 최창윤(崔昌潤) 총무처장관도 이중국적자인 둘째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정원 외로 특례 입학했다가 여론에 밀려 중도 사퇴했다.

당사자들은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을 무마시키지는 못했다. 동아일보가 특종 보도한 이 사건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작업이 일반화되는 계기가 됐다.

참여연대,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6일 청와대 앞에서 퇴진 요구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강력한 퇴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개혁을 지지해 왔던 이들 단체들이 오히려 ‘비토세력’으로 돌아서 파장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회장은 “누가 봐도 무리한 임명이었다”며 “특히 청와대가 ‘이미 대가를 치렀다’ ‘임명 철회는 없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오만하게 해명한 것이 더욱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교육부로 돌아와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제 그의 거취 문제는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8일 동남아에서 귀국한 뒤 출근하는 10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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