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새 사회발전대안 못만들면 쉽사리 변질될 것”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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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가 새로운 사회 발전의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권력에 흡수돼 쉽사리 변질되고 말 것이다.”

고려대 최장집(崔章集·사진)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1일 저녁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이 대학 출신 ‘386 송년 모임’에서 제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최 교수는 386세대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 중반 이들 세대에 이념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냈다.

최 교수는 이날 150명이 참석한 송년모임에서 강연을 통해 “한국 현대사에서 48년(광복) 세대가 분단국가의 건국 세대였고, 61년(4·19) 세대는 권위주의적 산업화 세대로 386세대 이전에 이미 집단적 부상을 이룬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386세대는 48년 세대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인 남북문제와 61년 세대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인 성장일변도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386세대가 민족적 자주성과 민중적 민주주의로 무장해 1987년의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이제 새로운 사회발전의 대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쉽사리 변질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그는 “남 탓만 하는 것은 (범죄자가) 알리바이를 내세우는 것과 같다”면서 386세대의 책임지는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또 “민주주의는 아는 만큼 실현된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기 위한 이론 재무장의 필요를 386세대에 당부했다.

최 교수는 지난가을에는 ‘참여정부’ 들어 논란이 되는 정책들이 절대 다수의 노동인구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현실 상황과 유리돼 있다며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송년 모임에는 이 학교 철학과 83학번인 안희정(安熙正) 씨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안 씨의 한 측근인사는 “1년간의 수감생활 때문에 세상사와 동떨어져 있었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이 너무 많아 이 모임에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한 386 모임에서 안 씨는 “그동안 나의 삶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나 혼자 인생을 사는 것이다. 이전의 안희정이 아닌 독립 개체로서의 안희정으로 봐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주변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권유를 강력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분간 지인들을 만나 자문한 뒤 정치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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