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정보 숨기려다 혼란 불렀다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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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시험은 역대 최악의 사례로 남게 됐다. 원점수 표기를 없애고 표준점수제를 처음 도입한 올 수능시험은 성적 발표일까지 수험생들이 성적 분포를 알 수 없어 일선 학교의 진학 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혼란의 와중에 대규모 부정행위까지 적발돼 수능의 신뢰도는 더욱 추락했다. 수능시험을 치른 뒤 한 달 만인 어제 성적이 발표되자 수험생들은 선택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에 희비가 엇갈리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회탐구 과학탐구 제2외국어 등 선택과목에서 수험생들은 원점수로 같이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많게는 37점, 적게는 7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입시에선 소수점 이하의 미세한 점수로 당락이 갈린다. ‘로또 입시’라는 세간의 표현대로 어느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가 좌우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어떤 과목은 만점자가 너무 많이 나와 한 문제만 틀려도 바로 3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시험에서 학생들의 실력이 공부한 만큼 평가받을 수 없다. 대학들은 들쭉날쭉한 시험 결과를 어떻게 입시에 공정하게 반영하느냐를 두고 당황해 하고 있다.

이는 수능시험 출제가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예고된 혼란’이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도 시인했듯이 표준점수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 혼란이 예상됐으면 성적표에 원점수와 표준점수를 병기하는 등 보완장치를 마련했어야 하는데도 교육당국은 서열화를 막는다며 원점수를 숨기고 표준점수제를 고집하다 혼란을 자초한 것이다.

입시 제도를 자주 바꾸면서도 교육당국은 수험생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교육개혁의 핵심은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내년 수능에서는 혼선이 반복되지 않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수요자 입장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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