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고 부활 의미 있다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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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사태를 빚어 온 실업계 고교의 지원자가 서울 지역에서 7년 만에 정원을 초과했다는 소식은 청소년의 직업선택과 관련해 의미 있는 변화다. 실업고의 낮은 인기는 대학을 나와야만 인정받는 사회풍토 탓이었다. 고교 졸업 후 취업이 된다고 해도 실업고는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되는 냉엄한 현실에서 학생들의 직업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실업고 부활’은 취업이 보장된 실업고를 거쳐 일찍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식 변화가 아닌, 경제 불황의 장기화와 청년실업이 초래한 결과이기는 해도 국가 전체의 직업교육 차원에선 긍정적이다.

우리는 대학 진학이 모든 학생의 필수사항처럼 돼 있어 대개 고교 진학 때 대학이냐, 취업이냐를 결정하는 외국에 비해 소모적 요소가 많았다. 국가의 인적자원 관리 및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비효율성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물론 올 한 해만을 놓고 변화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올해 실업고 인기는 지원자들이 대학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업고에 가면 정원 외(外)로 입학 정원의 3%를 실업고 졸업생으로 뽑는 대입 특별전형의 혜택이 주어지며 내신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상당수 학생들이 취업을 고려해 실업고에 지원한 사실은 틀림없다.

이럴 때일수록 실업고 지원책이 중요하다. 실업고의 낙후된 교육환경을 개선해 직업교육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정보화, 세계화 흐름으로 직업의 세계도 급변하고 있다. 실업고의 교육내용과 교사수준도 그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 실업고의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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