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환경성 검토 대상 확대]‘묻지마 국책사업’ 제동장치

  • 입력 2004년 12월 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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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도로나 댐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환경부가 미진한 점을 보강하라고 ‘요청’하는 수준의 제도여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모든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단계에서부터 사전 환경성 검토를 받도록 한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환경 갈등’을 줄이는 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실시되나=일반적으로 대형 국책사업은 국가 차원의 기본 구상(국토개발 5개년 계획 등)을 먼저 수립한 뒤 기획예산처가 사업의 경제성 등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게 된다. 이 조사가 끝나면 구체적인 기술 검토 등을 걸쳐 예비설계를 하는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다.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는 바로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해당 사업의 주무 기관은 타당성 조사를 할 때 환경부나 지방환경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협의 결과 도저히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경우 ‘부동의(不同意)’, 몇 가지 보안이 필요한 경우 ‘조건부 동의’, 사업이 가능하면 ‘동의’ 의견을 제시하며 사업주체는 이 의견에 따라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충 계획해놓고 밀어붙이기’ 식의 사업 추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는 타당성 조사 후 건설공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본설계까지 마친 상태에서 실시되고 있다. 사실상 시공 바로 직전에 실시되기 때문에 평가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예산 낭비 등을 우려해 공사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구간의 경우 환경파괴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공사가 이미 시작된 뒤였다. 만약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졌다면 공사 개시 후 총 1년간이나 공사를 중단시키는 것과 같은 국가적 낭비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만약 사전 환경성 검토에서 습지 파괴 우려가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면 다른 노선을 찾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남은 문제점들=이 제도가 그 취지를 살려 실제 ‘환경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는 정부의 시행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권의 힘이 실린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부가 개발 주도 부서에 맞서 당당히 “노(No)”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또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개발 추진 부서가 사전 환경성 평가를 얼마나 내실 있게 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최근 경기도와 파주시가 추진 중인 문산LG협력공단 개발의 경우 사전 환경성 검토를 받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사전 환경성 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공사 강행을 실력 행사로 막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3618건의 사전 환경성 검토 대상 사업 가운데 83%에 이르는 2994건에 대해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로 개발사업의 길을 터줬고 사업계획 자체를 거부한 부동의는 6.4%(232건)에 그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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