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무더기 빚탕감 신청 파문

  • 입력 2004년 11월 24일 2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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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뒤 법원에 신청해 빚을 탕감받는 사례가 잇따라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매달 급여를 받고 대출금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이 빚을 다 갚지 않고 탕감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과 의정부 등 14개 지방법원이 퇴직금을 담보로 모두 11억원을 빌린 현직 공무원 27명에 대해 채무 일부를 탕감해 주는 개인채무자회생 개시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의신청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무원 31명이 빌린 7억7000만원 가운데 일부를 법원에서 탕감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곧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대부분 하위직 지방공무원으로 알려진 이들은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뒤 갚을 수 없다며 법원에 개인채무자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이 개인채무자회생 개시 결정을 내릴 경우 은행은 빌려준 돈의 20∼30%밖에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은행들은 퇴직금의 50% 범위 내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공무원에게 빌려주고 있다.

은행은 공무원이 빚을 갚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대출받은 공무원이 퇴직금을 받으면 은행 계좌로 입금토록 한다’는 협약을 맺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질권(質權)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사실상 퇴직금을 담보로 보고 공무원에게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3∼4%포인트 낮은 연 5%대의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퇴직금 담보 형태의 공무원 대출 규모는 모두 6조원에 이른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팀 이연복(李蓮馥) 부장은 “일정 소득과 퇴직금까지 있는 공무원들이 개인채무자회생을 신청한 것은 도덕적 해이”라며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면 공무원 대출의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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