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애완동물, 자식처럼 키우다 휴지처럼 팽개쳐”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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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동물병원’의 고명헌 원장이 길을 배회하다 이곳으로 보내진 애완견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 유기 애완동물들은 한 달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거나 입양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폐사된다. 안철민기자
16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동물병원’의 고명헌 원장이 길을 배회하다 이곳으로 보내진 애완견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 유기 애완동물들은 한 달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거나 입양자가 나서지 않을 경우 폐사된다. 안철민기자
《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동물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애완견 3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고 짖어 댔다. 푸들의 머리를 쓰다듬자 연신 손을 핥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뒤 정에 굶주린 듯 연방 쓰다듬어 달라고 안달이었다. 또 다른 애완견은 교통사고를 당해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눈만 껌벅이며 숨을 헐떡였다. 잠시 후 이 병원 고명헌 원장이 주사를 놓아 안락사시켰다.》

▽버림받은 ‘귀염둥이’의 운명은?=은평구 관내 길거리를 배회하는 애완동물을 위탁 처리하는 응암동물병원에는 한 달에 80∼100마리의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들어온다. 이 가운데 80∼90%는 병에 걸린 채 버려졌거나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들.

이들 동물은 이곳에서 바로 경기 고양시 벽제의 한 농장에 보내져 주인을 기다리거나 입양자를 기다린다. 하지만 주인이 찾아가는 경우는 월 5∼7건에 불과하고 입양되는 사례는 더 드물다. 한 달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자가 없으면 안락사시킨 뒤 화장한다.

서울시내 22개 구의 유기(遺棄) 동물을 위탁 처리하는 경기 양주시 남면 경신리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는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1만1858마리의 애완동물이 들어왔다”며 “이 가운데 주인이 찾아가거나 입양된 경우는 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안락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용 규모가 600여마리에 불과해 수용 능력을 초과하면 수용 기간이 긴 순서대로 안락사를 시킨다”며 “안락사시키기 전에 마취를 시켜 독극물 주사로 인한 고통을 줄여 주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나 버려지나=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애완동물은 약 83만마리. 동물구조관리협회측은 “서울에서 올 한 해 동안 약 1만5000마리의 애완동물이 버려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의 경우 7300여마리가 버려졌다. 올해 유기 동물 추산치는 2000년 2018마리에 비해 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응암동물병원 고 원장은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다가도 병에 걸리면 길에 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농림부에 △애완동물 등록제 도입 △애완동물에 인식표 부착 등 동물보호법 개정을 건의한 상태.

농림부 가축방역과 김규억 사무관은 “동물등록제 조례를 마련 중이지만 빨라야 2006년에나 시행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애완동물 찾으려면=서울시내에서 버려진 애완동물은 양주시의 동물구조관리협회를 비롯해 4곳에서 위탁 보호하고 있다.

버렸거나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으려면 서울시와 이들 기관이 공동운영하는 ‘서울시 동물 사랑방 사이트’(animals.seoul.go.kr)를 검색해 보는 게 좋다.

이들 기관은 길거리에서 포획된 애완동물이 들어오는 대로 사진을 찍어 두고 포획 장소, ‘신상명세’ 등을 등록하고 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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