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담 허무니 동네가 훤해졌네”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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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허무니까 동네가 아름다워졌어요. 골목길이 훨씬 깨끗하고 널찍해져 걷는 즐거움이 커졌지요.”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녹색주차 시범마을 조성 사업에서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된 금천구 시흥3동 주민 이희진씨(40·여·회사원)의 말이다.

이 동네뿐만 아니라 서울은 요즘 ‘담 허물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대학 캠퍼스 등 각급 학교의 담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주택가 담도 하나둘 주차공간과 녹지로 바뀌고 있다.

15일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서 1곳씩 시범마을을 선정해 진행한 녹색주차 사업 결과 1800여 채의 집이 담을 없애고 3000여대분의 주차공간을 만들었다. 이 동네들은 또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던 도로에 보행로를 조성했다.


최근 담을 허물고 주차공간을 만든 서울 금천구 시흥3동의 한 주택 앞. 공사 전(왼쪽)에 비해 길이 훨씬 넓고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처럼 요즘 서울은 담을 허물어 주차공간을 만들고, 이면도로엔 보도와 인도를 구분해 설치하는 동네가 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시흥3동의 경우 담장 허물기 사업으로 207대분의 주차공간을 늘렸고, 폭 6∼8m인 도로를 3∼3.5m 너비의 자동차 일방통행로와 보행로로 분리해 4.16km의 보도를 새로 확보했다.

이를 위해 이 동네 주민 8명과 구청 공무원, 교통전문가 교수 2명 등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1년간 60여 차례나 만나 골목 단위로 설계를 진행해 왔다.

주민위원으로 참여한 이재임씨(52·여·주부)는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느라 힘들었지만 담이 사라지니 거리가 깨끗해져 동네 주가가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씨(35)도 “인근 시흥대로가 막히면 이면도로로 차들이 들어오는데 전에는 보행자 어깨를 스치듯이 차들이 지나다녀 사고 위험이 높았다”며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니까 걷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1가2동의 경우 146대분의 주차공간이 새로 만들어졌고 통학로를 중심으로 골목길 대부분이 정비돼 학생들의 등굣길이 안전해졌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사업 대상을 50개 동네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 밖의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도 동참을 희망할 경우 동사무소나 구청에 신청하면 된다. 시가 주택당 300만∼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담을 허물고 주차공간을 만들어 준다. 간단한 조경시설도 해 준다.

시는 또 담을 허문 집에 대한 도난사고 방지와 불법 주차 단속을 위해 해당 마을 골목길에 폐쇄회로(CC) 카메라를 설치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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