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월 전공노 조합원 교육때 “北주체사상 강의” 주장 파문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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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9월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연 제1기 공무원노동자학교 교육에서 한 외부 강사가 진행한 교육내용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12일 문제가 된 교육 내용의 원고를 입수해 분석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조사관을 지낸 유세환 국회서기관은 최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주체사상 가르치고 있는 공무원노조’라는 글에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박세길 조직위원장이 ‘세상을 바꾸는 철학,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공노 조합원들에게 교육했다”고 주장했다.

유 서기관은 박씨의 강연자료 가운데 △‘사물의 발전 법칙에 대한 이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유물론적 변증법을 그대로 소개했고 △‘사람 중심의 세계관, 민중 중심의 역사관’ 부분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한껏 찬양하고 있으며 △‘변혁적 군중노선-전체 민중을 어떻게 준비시킬 것인가’는 현 시기를 ‘조국통일 대사변기’로 주장하는 등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을 그대로 복사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박씨의 교육 내용 원고는 전공노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이 원고에 대해 류길재(柳吉在)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 부분은 주체사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그대로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 등 철학적 원리, 실천방식, 실천목표가 주체사상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며 “강연의 의도를 알 수 없고 이 문건 하나로 강의 자체를 주체사상 강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주체사상의 내용이 전달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鄭成長)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문제가 된 교육내용 원고의 논리들이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은 맞지만 주체사상 논의의 핵심인 수령론이 빠져 있는 등 북한 체제 찬양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박씨는 “전체를 놓고 맥락과 논리를 비교해서 유사점과 차별성을 말해야지 일부 표현만 놓고 주체사상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어이가 없다”며 “나는 주체사상전문가가 아니며 강의의 요점은 노동자가 노동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1962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1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3학년 때 학생운동과 관련해 제적됐다. 현재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며 운동권 민족해방(NL) 계열의 역사책으로 평가됐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의 저술자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교육선전실이 섭외해 박 조직위원장을 교육강사로 초빙했다”며 “만약 북한을 찬양하는 얘기였다면 공무원들이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강의에 참석했던 전공노 경남지역본부의 한 간부는 “80여명이 강의를 들었으며 교재의 제목에 딱 맞춰 진행된 것이 아니라 ‘철학공부는 왜 하며, 철학을 어떻게 현실에 접목시켜야 하는가’ 등에 대한 철학 일반론 강의였다”고 말했다. 또 한 참석자는 “강의가 어렵고 재미가 없어 존 조합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문제의 원고를 입수해 국보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대검 관계자도 “문건의 내용이 주체사상에 부합하는지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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