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연주가서 현악기 제작자 변신 라호연씨

  • 입력 2004년 10월 17일 2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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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이 퍼지지 않고 모아지면서, 힘 있는 소리가 나야 이른바 ‘명기’(名器)라고 일컬어지지요. 이런 현악기를 켜면 연주장 뒤편에서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13일 오후 인천종합문예회관 맞은편의 한 악기점에서 인천지역 문화단체인 해반문화사랑회가 주최한 ‘인천의 예술인과 함께 하는 문화의 밤’이 열렸다.

이날 초청된 예술인은 인천시립교향악단, KBS관현악단 등에서 바이올린 연주가로 활동하다 현악기 제작자로 변신한 라호연씨(49).

인천토박이인 라씨는 1995년 바이올린 연주법을 더 공부하기 위해 러시아로 유학 갔다가 현악기 제작 부문 러시아 ‘인간문화재’인 블라드미르 키토프의 문하생으로 발탁됐다. 러시아 스승의 문하에서 5년간 제조법을 익힌 라씨는 러시아 문화성으로부터 현악기 장인 인증서를 받았다.

그는 “가야금 거문고 등 국내 전통악기에 비해 바이올린, 첼로 등 서양 악기는 내구성이 훨씬 뛰어나 오래된 악기 일수록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악기의 가치는 제작년도와 소리의 질 등 여러 가치를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전문가의 도움 없이 수 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현악기를 마구 사들이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소개해준 바이올린 제작 공정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단풍나무, 전나무, 흑단나무 등 여러 종류의 재목과 말 꼬리 등으로 앞판, 뒤판, 옆판, 지판, 베이스 바, 활 등 바이올린 각 부품을 만듭니다. 칼의 온도를 섭씨 300도에 맞춰 나무를 깎는 등 2∼3개월간의 수작업 공정을 거쳐 한 개의 작품이 나옵니다.”

라씨는 바이올린을 만들때 스위스 산간 지방의 그늘에서 80∼100년가량 말린 나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소리의 비밀과 관련 “똑같은 공정을 거쳤더라도 나무 재료끼리의 궁합이 맞아야 하고 악기 외장의 칠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편 “문짝 등에 페인트를 칠할 때 원목에 계란 흰자위, 꿀, 물 등 3가지를 섞어 초벌칠을 한 뒤 페인트를 칠하면 칠이 절대 벗겨지지 않는다”고 간단한 ‘생활지혜’도 들려줬다.

라씨는 12월 8일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인천청소년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협연자로 나서기로 하는 등 연주 활동에도 계속 열정을 쏟을 계획이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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