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태권도장 경영배우러 미국가요”

  • 입력 2004년 9월 14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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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이라면 태권도장 경영도 잘 해야죠.”

경북 경산의 대경대(학장 유진선·兪進善)에서 태권도를 공부 중인 학생 8명이 미국의 태권도장 경영기법 등을 배우기 위해 20일 출국한다.

이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시에 있는 블랙벨트 태권도학교에서 1년 동안 체육관 경영과 영어교수법 등을 배운다.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에는 현재 대경대 학생 7명이 연수 중이다.

블랙벨트는 교포 이준혁씨가 1986년 설립한 태권도 전문학교로 미국 캐나다 인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랠리시는 이씨의 블랙벨트 설립을 기념해 매년 12월 초에 ‘이준혁의 날’을 제정해 태권도 시범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대경대는 2002년 블랙벨트와 태권도 교육 산학협력을 체결한 뒤 학생들을 인턴 형식으로 연수를 보내고 있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는 세계 170여개국에서 5000만명이 수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권도장 경영기법 등은 후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출국하는 대경대 김권섭(金權燮·49·스포츠과학부) 교수는 “국내 8000여개의 태권도장들은 대체로 어린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영세한 편”이라며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위상은 갈수록 쇠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태권도 교육의 후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구에는 550여개, 경북은 450여개의 태권도장이 있지만 수련생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영남대에서 태권도 교육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국기(國技) 태권도의 몰락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태권도 전공 교수들은 “어린이 중심의 태권도장이 과연 다양한 국민이 즐기는 국기라고 할 수 있느냐”며 “태권도 지도자와 체육관의 수준을 높이는 과제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을 뒤로 한 채 미국에 태권도장 경영기법을 배우러 가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다부졌다.

학생 대표인 태권도 3단 주형돈씨(20·경찰행정학과 1년)는 “태권도가 세계적인 무예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영어로 가르치는 능력도 필수적”이라며 “미국의 태권도 교수법을 익혀 외국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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