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우리동네가 최고/강화 용두레마을

  • 입력 2004년 9월 13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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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두레는 양수기가 없던 시절에 논에 물을 대던 재래식 농기구입니다.”(마을 이장)

“어휴, 저 바가지 모양 나무로 힘들게 물을 퍼 올렸다는 말씀이세요?”(초등학생)

주민 210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인천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용두레마을에 10일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서울 관악구 성용초교 6학년생 190명이 농촌문화체험 현장학습을 나온 것.

학생들은 배광혁 이장(53)의 안내를 받아 직접 용두레질을 해 보고 바다로 나가 갯벌생물을 관찰했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논두렁에서 주민들과 함께 각종 산나물과 김치 등이 반찬으로 나온 들밥을 점심으로 먹은 뒤 떡메를 쳐 찰떡을 만들었다.

김지윤양(12)은 “책에서만 보던 용두레를 직접 다뤄보니 너무 신기했다”며 “벼 한 톨을 추수하기 위해 봄부터 농부 아저씨들이 흘렸을 구슬땀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용두레 마을은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전통 미풍양속을 계승하고 있어 2002년 농촌진흥청이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한 곳.

“어야 용두레 물올라 간다, 물줄은 하나인데 용두레는 열 일세∼”

선조들이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을 대며 불렀던 용두레질 노래는 특히 이 마을의 자랑거리다. 용두레는 지름 40cm, 길이 80cm의 통나무를 길게 켜서 배모양으로 속을 파낸 뒤 원뿔형 기둥 3개에 매달아 놓은 농기구. 이 노래는 지난해 11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부 노인들의 입으로만 용두레질 노래 가락이 이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은 아예 지난해 용두레질노래보존회를 결성해 매달 강남종합고교와 농업기술센터에 모여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이 마을은 장수촌으로도 유명하다. 최고령인 이근하 할머니(96)를 비롯해 70세 이상 노인이 80명이 넘는다. 이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 등이 한곳도 없는 청정지역인데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먹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마을은 또 전통계승 마을 답게 시선뱃놀이와 성터다지기노래 등 전통 민속놀이와 가락을 계승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2월 1일 풍년기원제를 연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쌀과 보리 고구마 순무 등을 저렴한 가격에 직거래하는 황청리장터도 운영하고 있다.

또 용두레질을 해 본 뒤 경운기를 타고 논밭에 나가 농사를 거들고 갯벌체험을 하는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인 ‘용두레이벤트’도 수도권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터넷 홈페이지(www.yongdure.com)에서 예약을 받아 운영하는데 한달평균 800여명이 이 마을을 찾는다. 마을 주변에는 돌을 쌓아 만든 석축에 총구 등을 설치한 조선시대 군사방위시설인 계룡돈대(鷄龍墩臺)와 석각돈대(石角墩臺) 등이 남아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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