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금 충남땅 사냥… 대전아파트 값 2년새 2배로 껑충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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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면 안돼요. 얼른 빨리 타세요.” 기자가 차에서 내리자 운전석에 앉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화들짝 놀라 손짓을 한다. 서울에서 땅을 사러 내려온 부부가 매물로 나온 곳을 둘러본다고 해서 따라 나선 참이었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29번 국도 옆의 논. 중개업자 이모씨는 “외지 사람이 내려서 둘러보는 것을 땅 주인이 보면 다음날 바로 땅값을 올려 부른다”고 설명했다. 3일 현재 이 땅의 가격은 평당 15만원. 한 달 전보다는 2만원, 두 달 전보다는 약 5만원 뛰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 고속철 개통 등의 호재를 타고 충청권으로 몰린 투기자금이 천안 온양 연기 공주 등을 휘돌아 지금은 부여 보령 등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주 연기 예산 청양 등이 투기과열지구 또는 토지투기지역으로 묶였지만 부여 보령 등은 아직 규제를 받지 않는다. 부여로 외지인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올 6월. 중개업자 이씨는 “지금 부여는 ‘1라운드의 후반기’쯤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부여군 부여읍 쌍북리 도로변에는 새로 생긴 10여개의 중개업소가 다닥다닥 늘어서 있었다. 6월 말 20여개이던 부여 지역 부동산은 현재 70개도 넘는다.

대전 동구 가오택지개발지구에 동시분양될 3개 단지 모델하우스가 3일 문을 열었다. 한 분양상담 직원은 “대전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천명이 몰려 개장 4시간 만에 50여명이나 상담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코오롱건설

최근 2, 3년간 자금이 몰리면서 충청권 일대 땅값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다. 대전 노은동, 둔산동 등의 아파트는 2년 전보다 2배로 값이 올랐다.

지난해 충청하나은행 공주지점에서 대출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2002년 12월 말 500억원이던 공주지점의 대출 잔액이 2004년 1월경 850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은행 빚을 내서 땅이나 아파트를 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회사의 대출 증가율에서 충청지역이 6.1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 말 우리은행의 충청지역 대출 잔액은 1조9455억원. 올해 6월 말에는 2조4887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점포도 29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제일은행도 충청지역 대출 잔액이 지난해 6월 말 621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985억원으로 늘었다.

충청하나은행은 점포가 지난해 말 76개에서 현재 81개로 늘었다.

저축은행들은 충청지역에서 아파트 단지 건설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관계자는 “충청권은 아파트 PF시장으로 형성이 안 돼 있던 곳인데, 올해 2건이 성사됐고 10여건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충청하나은행 관계자는 “외지인이 들어왔다 나간 열기는 대부분 끝났고 현재는 ‘관망세’다”라고 말했다.

3년 넘게 줄기차게 오르던 충남 아파트값이 지난달에는 7월보다 0.52% 떨어져 주춤했다.

그러나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비수기이고 최근 입주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공단 조성과 수도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예정지에서 보상금을 받아 새로 살 곳을 찾는 실수요자가 곧 움직일 전망이어서 2라운드, 3라운드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청하나은행 관계자는 “막대한 보상금이 풀리게 되면 금융 회사들의 여수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하나은행은 행정수도 예정지에 추가 점포를 내거나 이동차량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의 ‘활황’에 대해 충청지역 현지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기대보다는 두려움이다.

대전의 한 주민은 “2년 전에 산 아파트값이 2배나 올라 다른 지역에 사는 친척들이 부럽다고 하지만 이게 언제 푹 주저앉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며 “행정수도가 정말 오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대전·부여=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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