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불우이웃-외국인근로자 돕는 정복균씨

  • 입력 2004년 8월 8일 2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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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에서 건설 회사를 운영하는 정복균 사장(46)은 불우이웃과 외국인근로자 사이에 ‘얼굴 없는 천사’로 통한다.

정씨가 6일 인천 연수구 연수1동 문학산 기슭에 자리 잡은 노인복지시설 ‘사랑의 집’을 찾자 구청에 갔던 김종희 목사(61)가 황급히 돌아왔다.

“3년간 연락처가 없어 고맙다는 전화 한통 드리지 못했는데…. 이제야 얼굴을 뵙네요.”(김 목사)

“제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눴을 뿐인데 얼굴 들기가 부끄럽네요.”(정 사장)

정 사장은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 2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사랑의 집이 비인가 시설이란 이유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2001년부터 매월 수백만 원 상당의 난방비와 쌀을 지원하고 있다.

얼굴을 드러내고 돕는 것이 왠지 쑥스러워 매월 온라인 계좌를 통해 도움을 줬기 때문에 김 목사도 이날 처음 정 사장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 방문은 기자가 며칠간 취재를 요청해 간신히 이뤄졌다.

정 사장은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신문을 유심히 살피는 것은 안타까운 사연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이 있는지 찾기 위해서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사가 실리면 어떻게 도울지 고민한 뒤 연락처를 알아내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돕곤 한다.

그는 최근 외국인노동자 인권보호단체인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 서구 가좌동에 있는 200평 규모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도 했다.

30평 남짓한 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상담과 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매월 350만원의 임대료가 보장된 사무실을 선 뜻 내놓은 것.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찾다가 추방 위기에 몰린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가 빚을 져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브로커 소개비로 쓴 빚 5000달러(한화 600여만원)를 갚아주면서 인권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필리핀에 갔을 때 택시기사로부터 ‘한국에 가서 돈을 벌어 집도 사고 택시도 장만해 한국이 고맙기만 하다’란 말을 듣고 외국인 노동자가 현지의 외교사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려운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요.”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16살 되던 해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무작정 상경한 그는 서울 신설동 인근 자동차부품가게에 점원으로 취직했다.

지금까지 그 흔한 당구 큐대 한번 잡아보지 않을 정도로 절약하며 사업체를 키워왔다.

그는 “경제적으로 조금 넉넉해져 이웃에게 신경 쏟는 것”이라며 “있는 사람이 조금 나누면 사회가 좀 더 훈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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