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파동 두 달 "누군간 책임져야 한다"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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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만두파동'이 발생한 지 6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만두판매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만두제조업체들이 만성적인 경영난에 처하는 등 후유증은 여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진상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가장 억울한 피해자는 도산한 2곳의 유명 업체를 비롯한 만두업체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불량만두소를 사용한 업체로 발표한 도투락은 6월 중순부터 줄기차게 재조사를 의뢰해 6월 말 결국 식약청으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그 사이 반품된 만두가 총 12만5000박스, 15억원 어치에 이르면서 회사경영이 악화됐으며 결국 지난달 19일 어음 12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도 만두파동 이전 판매량의 5%밖에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이 것도 1만5000여평의 공장이 위치한 평택시청에서 '고향만두팔아주기운동'을 벌인 덕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앞서 연매출 100억원대였던 진영식품도 지난달 1일 7500만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해 도산했다. 진영식품은 올해 초 경기 파주시에 130억원을 들여 만두전용공장을 세운 뒤 하루 100t 이상의 만두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만두파동이 불거지면서 미국에 수출됐던 5억원 어치의 만두가 리콜 처리되는 등 총 15억원 어치의 피해를 입었다.

식약청이 불량만두제조업체로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무혐의 처분한 취영루도 어려운 처지. 회사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두 달 동안 파주공장 라인을 중단했다가 기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5일부터 재가동했다"고 말했다.

불량만두업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새아침' 등 200여개 중소업체들도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새아침 김광철 사장은 "식품관련 산업의 특성상 원상복귀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며 "이대로 가면 대형 만두업체 3, 4곳이 추가로 도산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만두제조업체들은 지난달 초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방송사 등 언론사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서 제소하고, 경찰청과 식약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경영회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게 이들의 하소연.

설상가상으로 만두 판매부진은 여전하다. 서울 강북의 한 백화점 직원은 "아직도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만두 전체 판매량은 예년의 50% 이하이고, 불량만두제조업체로 발표됐던 업체들은 예년의 1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피해업체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은 채 사태를 이렇게까지 확대시킨 경찰청이나 식약청, 언론 등 누군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찰청이 불량 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으로부터 납품받았다고 발표한 25개 업체 중 CJ그룹의 모닝웰 등 14개 업체가 최근 식약청과 지방자치단체 조사과정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수사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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