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전북][제주]폭염속에 여름낭만이 영근다

  • 입력 2004년 8월 5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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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50m 태백 고원지대▼

고원관광지 강원 태백시가 최근 불볕더위를 피해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게다가 4일 16·5mm, 5일 0·5mm의 단비까지 내리며 더위를 식혀 고원관광지 명성을 되찾고 있다.

5일 태백기상대에 따르면 해발 750m의 고원지대로 한여름 폭염에도 좀처럼 30도 이상을 오르지 않던 태백지역 수은주가 지난 7월 더위에는 무려 8일이나 30도를 올라갔었다는 것.

그럼에도 태백산도립공원 당 골 광장에서 1일부터 열리는 ‘태백산 쿨 시네마 페스티벌’에는 연일 수 천명의 관람객이 몰려 북새통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태백산도립공원 태백산 민박촌의 7∼8월 치 객실은 이미 동이 난 상태.

특히 해발 920m에 위치해 한 낮에도 동굴내부의 기온이 섭씨 영상 12도를 유지하는 용연동굴 진입로에는 코스모스가 꽃망울을 터트리는 등 벌써 초가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태백기상대 관계자는 “1994년 폭염이후 가장 더운 날씨가 계속된 것 같다”며 “그러나 4, 5일 약간의 비가 내리며 오전에는 19·1도까지 내려갔고 낮 최고 기온도 24·6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에는 4,5일 이틀사이 화천에 35mm의 비가 내린 것을 비롯해 부분적으로 10mm 안팎에 비가 내리며 보름째 계속되던 더위가 한풀 꺾였다.

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35도 오르내리는 전주▼

“한 줄기 소나기가 에어컨 보다 낫다”

보름 이상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후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온도를 끌어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3일과 4일 오후 전북 전주와 무주 등에는 10∼30mm 안팎의 비가 내려 수은주를 10도 가량 끌어 내렸다.

3일 낮 전주의 최고 기온은 35.7도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소나기가 내린 오후 5시 20분경 기온은 24도로 무려 10도 이상이 떨어졌다.

전주기상대는 “무더운 날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듯 최근 오후 들어 내리는 소나기는 국지적으로 10도 이상의 기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소나기 이후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것도 급격한 기온감소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소나기는 끈적끈적한 기분까지 일시에 사라지게 하는 청량제”라며 “여름날씨가 하루 한 두 차례씩 돌발성 소나기(스콜·squall)가 쏟아지는 열대지방을 닮아 가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피서객 넘쳐나는 제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제주지역의 피서지마다 인파가 북적이고 있지만 농가들의 시름은 크다.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주공항에는 하루 5만명의 피서객이 몰려 항공권 구하기가 힘들고 제주항여객터미널도 피서객이 많이 찾아 여객선업체가 반짝 호황을 맞았다.

해수욕장과 휴양림 등 피서지마다 인파가 몰리면서 계절음식점과 횟집 등이 손님맞이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렌터카와 펜션업체들은 밀려드는 이용객들로 즐거운 표정이다.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계절음식점을 운영하는 허모씨(39)는 “모처럼 여름다운 여름을 맞아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전력 사용이 많아 2일의 전력사용량은 제주지역 사상 최대치인 46만2700KW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기공급 가능용량 51만3000KW에 육박하는 수준.

그러나 제주 전역을 적시는 비는 오지 않아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등 비상이 걸렸다.

파종된 당근의 싹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개화기인 참깨가 말라죽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조성중인 골프장에서는 잔디가 자라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고사하고 있다.

제주도는 가뭄대책상황실을 운영해 가뭄지역의 지하수 관정 669개소를 모두 가동시키고 소방차량을 활용하는 등 비상 급수에 나서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해수면 온도가 27도를 오르내리면서 바닷물을 끌어올려 넙치와 전복을 기르는 286개 육상 양식업체도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

넙치 양식을 하는 오모씨(40)는 “양식 밀도를 낮추고 있지만 폐사하는 넙치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며 “더위가 수그러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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