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진곤/학교를 살려야 한다

  • 입력 2004년 7월 30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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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학교가 달라질 것 같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는 앞으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고,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며, 자립형 사립학교를 도입하여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 일만 실천에 옮겨도 서울의 교육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새 교육감의 말에서 교육을 살려 낼 희망의 씨앗이 보인다.

▼난장판 교실… 줄이은 교육이민▼

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교육감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교육정책 집행 권한의 대부분을 교육감이 가지고 있다. 그동안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임 교육부 장관이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시도했지만 서울시 유인종 교육감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되었다. 공 당선자가 이를 실천에 옮긴다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살리고, 평준화의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계 내부에서는 서울의 교육이 지방보다 침체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해 왔다. 교육정보화, 학교시설과 설비가 지방보다 열악하며 일반 행정기관과의 협조와 연계도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판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새로 당선된 서울시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그 일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학교를 살려내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이미 위기의 차원을 벗어나 뿌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국 교육에 절망한 사람들이 줄을 이어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학생들의 학력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교실이 ‘난장판’과 ‘침실’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학생들의 어깨는 늘어지고 학부모들의 허리는 휘다 못해 부러질 지경이다. 집이 가난하여 좋은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은 실력이 있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학교가 부실한 탓에 부모의 사회적 신분과 부가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붕괴’ 현상은 어느 지역보다 서울이 더 심하다고 한다.

학교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철저한 진단과 함께 실효성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공약한 교육정책일지라도 다시 한번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여 검토하고, 가다듬어야 한다. 심사숙고하여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되, 일단 수립된 정책은 특정집단의 반대가 있더라도 학교를 살려내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과감하게 추진해 가야 한다.

교육감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사회적 책무도 막중하다. 훌륭한 교육감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기 위해서는 공정한 인사, 투명한 예산운용과 함께 도덕적 청결성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거 때 신세진 사람들의 부담을 떨쳐 버려야 한다. 뗏목을 타고 교육감 선거라는 강을 건넜으니, 이제 공교육 살리기라는 거대한 태산에 오르기 위해 뗏목을 버려야만 한다.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말고, 코드만 맞추지 말고, 서울교육발전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폭 넓고 과감하게 등용해야 한다.

▼수립된 정책 과감히 밀고나가야▼

선거과정에서 공 당선자와 반대편에 섰던 전교조 인사들도 아량을 가지고 포용해야 한다. 공정한 인사와 도덕적 청결성만 뒷받침된다면, 학력을 높이고 학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 반드시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시일이 지나면 전교조도 협조해 줄 것이다. 부산의 설동근 교육감이 잘 증명해 주고 있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만큼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일이 또 있을까. 가뜩이나 무덥고 짜증나는 일이 많은 요즈음 교육만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국민의 답답한 가슴이 시원하게 뚫릴 것이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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