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잊고 꿈과 희망 찾았어요”…결식아동 캠프 현장

  • 입력 2004년 7월 30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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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용봉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친구찾기 캠프’에 참가한 결식아동들이 29일 직접 옥수수를 따는 농촌체험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홍성=신수정기자
충남 홍성군 용봉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친구찾기 캠프’에 참가한 결식아동들이 29일 직접 옥수수를 따는 농촌체험 활동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홍성=신수정기자
29일 오후 9시 충남 홍성군 ‘용봉산 청소년수련원’ 운동장. 모닥불을 피워 놓고 기차놀이를 하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조용한 산 속에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29∼30일 이틀간 열린 ‘친구찾기 캠프’에 참가한 전국 각지의 결식아동 240여명이 배고픔으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을 떨쳐버리고 오랜만에 신나게 웃었다.

이번 캠프는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회장 이일하)가 2002년부터 방학 때 제대로 점심을 챙겨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전국 각지에서 2, 3주 동안 간식·점심 제공 및 학습지도를 하는 ‘꿈을 여는 학교’에서 마련한 행사. 이 학교는 KTF가 후원한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꿈을 여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남에서 올라온 초등학교 4학년 지은(가명·10)이는 캠프 기간이 짧은 것이 못내 서운하다. 부모 대신 큰아버지, 치매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지은이에게 배고픔은 일상사. 이런 지은이에게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캠프는 배고픔과 그리움을 조금 달래 준다.

방학 때면 ‘꿈을 여는 학교’에 가는 게 가장 큰 낙이라는 지은이는 “‘꿈을 여는 학교’도 8월 6일에 끝나는데 그 후엔 집에서 할머니와 맛없는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서울에서 온 초등학교 6학년 영우(12·가명)는 이번 캠프가 집을 떠난 첫 여행이다. 방학이면 친구들이 가족과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부럽다는 영우는 이번 방학에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

이날 오후 ‘농촌체험학습’ 시간에 옥수수를 한 바구니 따서 구워먹었다는 영우는 “결식아동만 참가하는 캠프라고 해서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해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맛있는 간식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결식아동은 30여만명. 이들에게 학교급식이 없는 방학은 새로운 ‘보릿고개’다. 게다가 방학 중 점심지원을 담당하는 부서가 올해부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뀌면서 급식지원 혜택을 받는 아이들의 수도 많이 줄었다.

굿네이버스 양진옥 복지사업팀장은 “결식아동 중 방학에 급식 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5만명 정도밖에 안 된다”며 “그마저도 점심이 아니라 농산물상품권이나 현금 등으로 지급해 끼니 해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결식아동 캠프라는 것을 몰랐던 레크리에이션 진행자가 “아이들이 너무 작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는 KTF 대전마케팅본부 양정철 과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밝아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며 결식아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어린이들은 30일 오전 인근 산에서 극기훈련을 마치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 뒤 1박2일의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굿네이버스와 KTF는 겨울방학 때도 이들을 위한 캠프를 열 계획이다.

홍성=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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