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택수/‘대중교통 불편’ 조금만 참자

  • 입력 2004년 7월 14일 18시 49분


코멘트
한국 사람들은 흔히 조급하다고 한다. 조급성의 문화가 변화무쌍한 인터넷 시대에는 맞을지 몰라도, 신중함이 결여된 성급한 결정은 결국 모두가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맹자도 일찍이 한 농부의 우화를 빌려 조급함의 병폐를 지적했다. 농부는 곡식이 빨리 자라기를 바란 나머지, 곡식의 싹을 뽑아 올려 곡식을 모두 말려 죽이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잡초를 뽑지 않는 게으름도 나쁘지만 무리수를 써서 곡식이 빨리 자라도록 하는 조급한 행동도 나쁘다는 게 맹자의 지적이다.

말 많은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과정을 지켜보면서 조급증으로 인한 병폐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문제는 40여년간 누적돼 온 난제다. 이해가 얽히고설킨 난마와 같아서 버스 노선 하나만 바꾸려 해도 담당 공무원이 목을 내놓고 시작해야 할 형편이었다. 그만큼 다루기 힘들다는 얘기다.

시행 초기 버스에 갇히거나 도로상에 ‘내팽개쳐진’ 사람들은 서울시의 개편 작업에 매우 화가 났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질서가 잡히기 시작했고 여전히 불편은 있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의 불편은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데 따른 불가피한 시행착오의 측면이 있다. 이를 이유로 시행 첫날부터 개편안 철회, 서울시장 퇴진, 감사청구 등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조급증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40여년간 누적된 문제가 풀린다면 4년이 걸리더라도 시도해볼 만하다고 본다. 최소한 넉 달, 아니 40일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성패를 따져보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진선진미한 개혁도 구성원의 협조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며 그 폐해는 결국 모두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전택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