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學의 존립 기반 흔들어서야

  • 입력 2004년 7월 7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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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립학교 교직원의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주고, 사립학교 법인의 임원 취소요건도 완화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재 교직원 임면권은 법인이 갖고 있으나 비리를 막기 위해 학교장에게 넘긴다는 것이고, 임원 취소요건도 ‘학교교육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할 때’에서 ‘학교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때’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행된다면 사학(私學)법인의 자율권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법안의 결정적인 문제는 건전한 사학까지도 잠재적인 비리집단으로 간주하는 데 있다. 사학 비리는 엄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번 법안처럼 모든 사학이 비리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율권을 박탈해도 된다는 논리는 아무리 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해도 과도한 관권 개입이 다. 일부 공무원의 부정을 내세워 전체 공무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비리 사학은 지금도 형사법 등에 의해 처벌받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법안이 국가적인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사재를 털어 학교를 세운 사학설립자의 운영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 앞으로 자율권도 없고, 따라서 건학이념도 펼 수 없는 사학 설립에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교원노조의 사회적 파워가 커지면서 ‘사(使)’측에 해당하는 사학법인의 경영권도 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전한 사학이 인재 양성에 전념하도록 국가가 의욕을 북돋워야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사학의 기를 꺾고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이번 법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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