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험대상이냐”…서울버스 이틀째 혼란

  • 입력 2004년 7월 2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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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통체계개편일 둘째 날인 2일 오후 8시반 강남대로 논현사거리∼제일생명 사거리 구간. 도심에서 외곽 방향으로 가는 버스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길게 늘어선 반면 승용차로는 흐름이 원활하다.박주일기자
서울시 교통체계개편일 둘째 날인 2일 오후 8시반 강남대로 논현사거리∼제일생명 사거리 구간. 도심에서 외곽 방향으로 가는 버스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길게 늘어선 반면 승용차로는 흐름이 원활하다.박주일기자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둘째 날인 2일 일부 버스와 지하철역의 신교통카드 단말기가 또다시 먹통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단말기 오작동으로 인해 엉뚱한 요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버스 8900대 중 1000여대 버스의 단말기가, 지하철 392개역의 단말기 7900여대 중 63대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28일과 1일에 이어 3번째. 특히 일부 버스에서는 하차 단말기가 오작동되면서 환승할인이 안되는 등 요금이 잘못 계산되는 경우도 생겼다.

이날 오전 마포구 상암동에서 지선버스 7016번을 타고 홍대입구 전철역에서 내린 회사원 박종현씨(32·마포구 상암동)는 “1일에 카드를 안 썼는데 홍대입구역에 들어갈 때 단말기에 3200원이 찍혀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선릉역에서 내릴 때 보니 3600원이 나왔다”며 “지선버스에서 3200원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새 단말기는 숫자가 2개 나오는데 해당 요금이 위에, 누적금액(후불카드)이나 잔액(선불카드)이 아래에 찍힌다. 이에 따라 누적금액을 부과된 요금으로 오인하는 시민도 있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 정산이 새로 시작되는 1일에 카드를 쓰지 않아 지하철을 타기 전에는 지선버스의 요금만 나왔어야 한다.

이 밖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탔는데도 환승요금이 할인되지 않아 각각의 요금을 다 냈다는 시민들의 항의도 있었다.

이에 대해 카드시스템을 운영하는 LG CNS측은 “일부 버스의 단말기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다운되지 않았고 단말기 불량과 운전사의 작동 미숙 등으로 요금 정산에 오류가 있었다”며 “상황을 분석해 적절한 보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카드와 삼성카드 중 일부와 선불카드 중 일부는 새 단말기가 아예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고 있는 강남대로의 경우 1일 밤에 이어 2일 밤에도 정체가 이어져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효과를 의심케 했다.

1일 오후 9시경 84대의 버스가 500여m에 걸쳐 늘어섰으며 이런 정체는 2일 오전 1시까지 계속됐다. 서울시는 2일 오후 간선버스 3개 노선에 대해 가로변 차선을 이용하게 하는 등 노선을 조정했지만 정체는 이날도 오후 8시경부터 시작됐다.

서울시는 “간선 및 광역버스가 강남대로에 일시적으로 집중된 데다 노선을 잘 모르는 승객들의 문의가 많아 버스 승하차 시간이 평소 0.7초에서 1.8초로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차간격이 길고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전날과 마찬가지. 이에 따라 서울시는 원래 2일까지만 배치하기로 한 정류장 도우미를 주말인 3, 4일을 제외하고 5, 6일에도 배치하기로 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틀째인 2일 곳곳에서 혼선과 교통혼잡이 이어졌다.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바뀐 버스노선도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중구 명동 입구 버스정류장에서는 한 시민이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묻고 있다. 동소문동 버스정류장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할아버지가 버스에서 내린 뒤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황급히 건너가고 있다(사진 왼쪽부터).-박주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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