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개황제’ 자연산 전복 씨가 마른다

  • 입력 2004년 6월 9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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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허멍 전복을 못 본지 오래돼수다(해산물 채취 작업을 하면서 전복을 못 본지 오래됐습니다).” 제주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어촌계의 해녀 양순녀씨(61)는 5, 6년 전에는 그래도 띄엄띄엄 전복을 잡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해산물 가운데 ‘패류(貝類)의 황제’로 불리는 제주지역 자연산 전복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지역 자연산 전복 생산량은 1990년 184t에 이르렀으나 해마다 감소추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0.3t만이 잡혔다. 올해 들어 5월말까지 생산량은 0.2t.

자연산 전복 생산량이 급감한 것은 1980년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무분별한 남획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자연산 전복을 대체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전복 양식 업체가 생겨났다. 일부 식당에서는 자연산 전복이 귀해지자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전복을 제주산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양식 전복 생산량은 2000년 10t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30t에 이르렀다.

이처럼 양식 전복이 늘어난 것은 전복에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는 등 고급 해산물로 인정받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자연산 전복이 kg당 14만∼15만원에 이르고 양식 전복은 7만∼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양식 전복을 생산하는 장근호씨(53)는 “갯벌 등에서 양식하는 다른 지역 전복과는 달리 청정 바닷물을 끌어올려 미역과 다시마로만 키워 제주산 양식 전복은 내장까지 깨끗하다”며 “직경 3∼4cm의 어린 전복을 상품이 되는 10cm까지 키우려면 3, 4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자연산 전복의 감소로 해녀들의 주요 소득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전복 자원을 회복시키기 위한 자치단체와 어촌계의 노력도 각별하다.

제주도와 어촌계에서는 1997년 2만마리의 어린 전복을 어장에 넣는 방류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54만5000마리가 어장에 방류됐으며 올해는 43만6000마리가 수심 5∼10m의 바다 속 바위 등에 부착된다.

직경 3∼4cm크기의 어린 전복이 방류된 어장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전복 채취가 금지되는 등 해녀들이 특별 관리하고 있다.

제주도 김수완(金秀完) 해양수산과장은 “어장에 방류된 전복의 회수율은 30%에 불과하지만 자원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며 “전복 방류 사업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10년 뒤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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