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인사]파격 대신 기존서열 중시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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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발표된 검찰 고위직 인사는 ‘안정과 균형’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서열을 파괴했던 지난해와 달리 검찰의 기존 서열을 중시한 흔적이 눈에 띈다. 영호남과 충청 등 출신지역도 고루 안배된 편이다. 법무부 검찰국 출신인 한 변호사는 “너무 무난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기존 서열 및 경력 중시’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요직에서 잘 나타난다.

사법시험 17회인 이종백(李鍾伯) 검찰국장, 정상명(鄭相明) 법무부 차관,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동기 삼두마차’였다. 이들 가운데 정 차관과 안 중수부장은 지방 고검장으로 전보 및 승진했고, 이 국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란 중책을 맡아 ‘세력 균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통인 박상길(朴相吉) 신임 중수부장, 행정·기획에 뛰어난 임채진(林采珍) 신임 검찰국장은 검찰 내부 예상대로 인사가 이뤄진 경우다. 검사장 승진이 당연시되던 서울중앙지검 1, 3차장이 승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검 고위 간부는 “지방청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 차장을 다음 기회로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태호(權泰鎬)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의 승진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방대(청주대) 출신으로는 198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검사장직을 맡았다.

일부에서는 법무부 간부가 요직에 발탁되고, 대검 간부가 지방청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을 들어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셌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의 한 측근은 “총장의 의견이 70% 이상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송 총장은 3차례 회동 등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다. 강 장관은 예전과 달리 송 총장과 함께 27일 오전 청와대에 들어가 인사 재가를 받았다.

한편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주역인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선 ‘반쪽 영전’이란 반응이 많다.

안 부장의 고검장 승진은 수사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검은 수사권이 없어 안 부장은 ‘수사검사 27년’을 마감하는 셈이다. 그는 ‘검찰의 꽃’인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안 부장은 “수사하면서 잘릴 것도 각오했는데 승진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웃으면서 “젊은 나이에 원로가 돼 섭섭할 뿐이다”고 말했다.

안 부장과 호흡을 맞춰 대선자금을 파헤쳤던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사장으로 승진, 대구고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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