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재야변호사’와 ‘여당 의원’의 차이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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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당선자가 요즘 네티즌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임 당선자가 22일 KBS 심야토론에 패널로 참여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이후 임 당선자와 열린우리당의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친여(親與) 사이트에도 연일 비판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네티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과 열린우리당 대표로 참가한 TV토론에서 임 당선자가 ‘개인적 소신’을 지나치게 강조해 당에 누를 끼쳤다는 비난이다.

임 당선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출신으로 10여년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 온 재야 변호사다. 특히 ‘여호와의 증인’을 위한 변론을 많이 해 왔다.

그런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임 당선자의 개인적 소신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매도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가 152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여당의 ‘대표’로 참석한 자리에서 이 같은 주장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토론에는 한나라당을 대표해 장윤석(張倫碩) 당선자가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서 그는 군대를 ‘사람 죽이는 연습 하는 곳’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당의 공식 입장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체 복무’ 기간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입법의 필요성까지 밝혔다.

그는 물의가 일자 뒤늦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조차 “‘재야 변호사’와 ‘여당 국회의원’의 차이를 아직 모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서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발전적인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집권여당 의원이라는 책임감은 도외시하고 개인적인 소신만 강조해서는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초선의원 107명도 임 당선자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여겼으면 한다.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은 국정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는 자리의 무거움을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훈 정치부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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