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판사 “개인적으로는 군에 가야한다고 생각"

  • 입력 2004년 5월 24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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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 대한 판결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李政烈) 판사는 24일 이들 판결에 대해 "법대로 판단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 건의 잇단 '진보적 판결'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 판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 나는 진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며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판사는 "나도 특전사에서 제대했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군대는 당연히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배운대로 그리고 법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교과서와 사법고시 문제 등에서도 '헌법상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정답"이라며 "학술적으로는 정답이 명확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지금까지 이단시돼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자유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라면 내면의 목소리는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법관은 개인에게 의무와 권리를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바람직한 정책 수립은 입법기관이 하는 것으로, 법관의 몫은 아니다"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이 판사는 "선고에 앞서 아내가 판결 초고를 읽어주면서 격려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며 "헌법재판소가 계류 중인 관련 헌법소원에 대해 결정을 내려주겠지만 학계에서도 좋은 논의와 이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끝으로 "생각보다 너무 큰 파장을 불러왔고 판사 개인이 부각돼 부담스럽지만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등 잊혀졌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논의가 이뤄지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판사는 1991년 서울법대 4학년 때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97년부터 판사로 일했다.

1994년부터 특수전사령부에서 군 법무관으로 복무하기도 한 이 판사는 '3차 사법파동'을 이끈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 등 사시 23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진보적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회원.

부인 역시 동료인 서울남부지법 민사55단독 이수영(李洙瑛) 판사로 1남 1녀를 두고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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