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여성문화유적지 답사 “조선여인을 다시본다“

  • 입력 2004년 5월 12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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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건물인 창덕궁 대조전. 창덕궁 내전에서 으뜸가는 건물로 거실의 동·서쪽에 각각 왕과 왕비의 침실을 두었다. -사진제공 서울시
조선조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건물인 창덕궁 대조전. 창덕궁 내전에서 으뜸가는 건물로 거실의 동·서쪽에 각각 왕과 왕비의 침실을 두었다. -사진제공 서울시
‘서울은 남자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서울의 문화유적지를 돌다 보면 과거 이 도시의 여성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왕과 권세가, 관료 등 남자들의 유적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여성의 흔적을 알 수 있는 유적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7월 이후에는 그런 궁금증이 많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재단법인 ‘서울여성’이 서울의 여성문화 유적지를 개발해 답사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여성측은 7월 1∼7일 여성주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답사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이후 정식 관광코스로 만들 방침이다.

서울시가 찾은 여성 유적지는 크게 두 종류. 일반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문화유적 속에 가려져 있던 옛 여성의 흔적과 문자 그대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유적이다.

전자에는 종로구 훈정동의 종묘와 창덕궁, 경복궁 등이 해당한다. 왕실의 사당인 종묘에는 조선시대 왕뿐 아니라 왕비의 신주(神主)가 모셔져 있다. 왕의 것보다 왕후의 것이 더 많다. 정전에는 19위의 왕과 30위 왕후의 것이, 영녕전에는 15위의 왕과 17위의 왕후 신주가 있다. ‘여인천하’의 주인공 문정왕후의 신주도 이곳에 있다.

경복궁 교태전 동쪽에 있는 경복궁 자경전. 왕이 승하하면 왕비는 대비(大妃)로 승격돼 교태전을 새 중전에게 물려주고 주 거처를 자경전으로 옮기게 된다.-사진제공 서울시

창덕궁 대조전과 경복궁 교태전은 왕비의 권력을 상징하는 건물. 왕비가 후궁과 궁녀를 다스리는 공적인 활동을 했던 곳이다. 국상을 당한 왕후와 후궁의 거처였던 창경궁 낙선재, 왕실 여성을 위해 대원군이 지은 경복궁 자경전도 주요 여성 유적이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 고대 여성의 생활상을, 방이동 몽촌토성에서는 백제를 건국한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온달장군이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광진구 광장동의 아차산성에서는 신분 격차를 뛰어넘은 사랑을 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평강공주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유적으로는 종로구 숭인동의 정업원(定業院)터와 성북구 성북동의 선잠단(先蠶壇·사적 제83호) 등이 있다.

정업원은 왕이 죽은 뒤 불가에 귀의한 후궁들이 모여 살던 곳. 단종의 부인이었던 정순왕후 송씨가 이곳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며 여생을 보냈다. 선잠단은 누에농사의 풍년을 빌던 곳으로 조선시대 왕비들은 이곳에서 양잠(養蠶)의 번창을 기원하며 제를 올렸다.

이런 여성 유적 발굴은 단순한 관광상품의 개발 차원이 아니다.

서울여성의 박진수 교류지원부장은 “옛 여성의 삶과 지혜, 그리고 힘을 보여주자는 것이 사업 취지”라며 “여성 스스로 자기 역사를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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