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진입 민노당]시장경제內 사회민주주의 지향

  • 입력 2004년 4월 2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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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면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존 정당과 이념적으로 차별성을 보인다. 따라서 옛 소련이나 중국, 북한의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바와도 뚜렷이 구별된다.

다만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강령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혼재해 있어 치열한 내부 노선 갈등이 예상된다.

▽재계의 경계심=재계에서는 재벌해체 토지공유제 등 민노당이 주장하는 ‘사적 소유의 제한’과 ‘시장통제 정책’이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질서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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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등도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은 물론 동북아 질서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우방과 해외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할 요소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나아가 남북한 상호군축과 모병제 등 남북한의 상호 협력이 전제되지 않고는 실현 불가능한 강령들이 많아서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령 수정은 가능한가=노회찬(魯會燦) 사무총장은 25일 “북유럽, 특히 고전적인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스웨덴이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국가운영 모델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혁명을 통한 지배구조 교체’라는 정통 마르크시즘의 교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와 개혁을 통해 사회주의적 이상에 접근해 나가자는 개량적 점진적 사회주의 노선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反) 시장경제적 요소가 많은 강령을 그대로 둔 채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노 총장은 “합당한 명분이 있다면 강령도 수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선거에서 몇 표 이기기 위해 강령을 바꿀 수는 없다”며 당분간 현 강령의 유지 방침을 밝혔다. 송태경(宋太京) 정책국장도 “대중적 단계에 이르면 강령의 표현도 보다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현재 ‘제3세계’의 진보정당으로서 우리와 역사적 경험과 발전단계가 비슷한 브라질의 집권 노동자당(PT) 모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노 총장은 “군사독재정권과 노동자대투쟁, 보수야당의 집권기를 거쳤다는 점에서 PT당의 집권 경험은 민주노동당에 좋은 경험 사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강대 손호철(孫浩哲) 교수는 “유년기에 불과한 민노당이 성년기의 유럽 진보정당처럼 섣부른 강령 완화를 시도한다면 자칫 존립의 근거마저 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3대 대중 조직=민노당과 민주노총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조직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

68만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노총은 1997년 국민승리 21 창당, 대선 후 진보정당 창당을 위한 원탁회의, 99년 진보정당추진위 결성,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2002년 대선 등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민주노총이 민노당의 중앙위원 및 대의원 지분 30%를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에 비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결의한 것은 지난해 11월. 전농은 전국 농촌에 3만여명의 핵심 회원을 두고 있다. 전국빈민연합(전빈련)은 민주노동당 창당 준비 단계에서부터 참여했으나 규모(회원 6000여명)가 작아 당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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