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家빚 10년새 4배로…소득은 1.5배 증가에 그쳐

  • 입력 2004년 4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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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빚이 최근 10년 동안 약 4배로 늘어난 가운데 소득은 1.57배 증가에 그쳤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정부예산 57조원이 농촌에 지원됐지만 농민들의 생활 여건은 오히려 악화됐다는 의미다.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2003년 농가경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 가구당 평균 부채는 2697만1000원으로 10년 전인 1993년(682만8000원)의 3.95배로 늘어났다. 반면 연평균 농가 소득은 이 기간에 1692만8000원에서 2654만3000원으로 56.8% 늘어나는 데 그쳐 연간 소득이 부채 규모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었던 농업 정책자금=1993년 기준으로 연평균 농가 소득은 1692만8000원인 반면 부채는 682만8000원으로 연간 소득이 부채보다 많았다.

하지만 2003년에는 연평균 소득(2654만3000원)보다 부채(2697만1000원)가 더 많아졌다. 1년 동안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빚 가림을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 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崔世均) 선임연구위원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나간 정책자금은 융자 비중이 높았던 데다 효율적인 자금 집행이 되지 않아 농가 부채 규모를 늘린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원하는 투융자금 119조원은 보조금 비중을 높이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원 대상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사만으로는 안 된다”=지난해 연평균 농가 소득은 2002년(2447만5000원)에 비해 8.4%가 늘어 1999년 8.9%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득 종류별로는 농업소득은 가구당 평균 1082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4.0% 감소했지만 장사나 민박 등 농업 외 소득은 882만5000원으로 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인 농업의존도가 40.8%로 전년(46.1%)보다 5.3%포인트 낮아졌다. 통계청 선주대(宣柱大) 사회통계국장은 “점진적인 농업시장 개방에 대비, 농민들이 농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관광업 등 다른 분야 소득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농업의존도가 일본(14.5%)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대체 소득원을 찾는 농민들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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