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대서 살 빼려다…비만치료 胃절제술 환자 숨져 死因논란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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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비만치료 시술법인 ‘위 절제술(배리애트릭)’을 받은 환자들이 수술 이후 숨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는 등 의료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61cm의 키에 몸무게 94kg의 ‘고도 비만’으로 고민하던 진모씨(25·여)는 2월 9일 배리애트릭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서울 강남의 한 외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복통과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을 겪었다.

하지만 “수술 이후 통상 있는 일”이라는 병원측의 설명을 듣고 참고 지냈던 진씨는 결국 같은 달 28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다음날 병원에서 숨져 사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진씨의 유가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확한 사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김모씨(24·여)는 수술 뒤 복통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종합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경우.

163cm의 키에 몸무게 85kg 정도였던 김씨는 수술 뒤 위 봉합부위 사이로 빠져나온 음식물이 몸 안에서 썩어 복막염이 생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된 배리애트릭은 TV 등에서 ‘근본적인 비만 치료’ ‘뛰어난 감량 효과’ 등으로 소개되면서 1500여만원을 웃도는 수술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시술법.

그러나 서양에서는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가 40 이상이거나, BMI가 35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합병증이 있는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만 시술되고 있다.

반면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체지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 국내에서는 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키 160cm에 77kg 정도면 BMI 30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등에서는 몸을 가누기 힘든 고도비만 환자들이 받는 이 수술이 국내에서 20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미용수술’처럼 알려지면서 수술이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곳은 이번에 문제가 된 외과병원. 과거 대학병원 교수 시절 배리애트릭을 첫 도입한 이 병원 원장이 지난해 개원해 2월까지 130여명을 수술했다.

종합병원 중에서는 여의도성모병원 5건, 영동세브란스병원 2건, 한솔병원 5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외과 김응국(金應國) 교수는 “BMI가 35 이상이라도 감량을 위해 운동할 경우 관절이 손상될 위험이 있거나 식이요법 등 기존 치료법으로 감량에 실패한 사람들만 수술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간단한 수술이 아닌 만큼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중환자실이 갖춰진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리애트릭(Bariatric surgery):배를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 등을 통해 위의 90% 정도를 절제하는 수술로 몸속으로 흡수되는 음식물의 양을 줄여 비만을 치료하는 시술법. 치료효과 등을 인정받아 미국에서는 매년 8만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고 있고 국내에서는 지난 1년여 동안 200여건 이상 시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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