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민노당 약진에 위기

  • 입력 2004년 4월 19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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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역사의 국내 최대(조합원 92만명) 노조연합단체인 한국노총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쟁 관계인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에서 대약진하면서 불어친 '후폭풍' 때문이다.

한국노총 이남순(李南淳) 위원장은 19일 서울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녹색사민당의 총선 완패에 따라 약속대로 물러나겠다"며 "한국노총은 기존 운동방식과 행태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퇴는 한국노총이 결성한 녹색사민당이 총선에서 단 한석의 의석도 얻지 못하고 정당지지율도 0.5%에 그쳐 해산되면서 이미 예상돼온 터였다. 이 위원장은 임기가 내년 2월이지만 총선 전 "녹색사민당이 2% 이상 얻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기 때문.

그러나 한국노총은 강찬수 수석부위원장, 김성태 사무총장 등 상근임원들과 비상근 부위원장 전체가 함께 사퇴한다는 강수를 던졌다.

임단협과 춘투(春鬪)를 앞두고 정부와 재계의 관심이 온통 민주노총에 쏠리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국내 노동운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것도 위기의식을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강성천 자동차노련 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비대위를 구성했다. 차기지도부는 늦어도 6월초까지 선출키로 했다.

비대위는 내부 규약을 고쳐 새로 3년 임기의 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노동계 안팎에선 한국노총이 조기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단합하지 못하고 지도력 부재와 조직혼란이 지속될 경우 제1노총의 위상을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새 지도부는 어느 정도의 강경노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노선변화 가능성을 점쳤다.

차기 위원장 후보로는 대중적 인지도와 투쟁력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 실리적이고 판단이 빠르다는 권오만 택시노련 위원장, 이번에 동반 사퇴한 유재섭 부위원장(전 금속노련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이 전 위원장은 2000년 5월 보궐선거로 위원장에 당선된 뒤 2002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임기 3년의 제19대 위원장에 선출됐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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