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감염’ 줄소송사태 오나…적십자 수수방관에 환자들 반발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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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한적십자사가 감염된 혈액을 공급한 것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수혈 감염 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아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검찰 수사=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김병화·金炳華)는 22일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혈액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아 김화중(金花中) 보건복지부 장관과 서영훈(徐英勳)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고발장 접수 이후 고발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현재 혈액의 이동경로와 관리실태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혈액 감염 등에 대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수혈 감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미온적인 대한적십자사=최근 들어 청와대와 대한적십자사 등에 “수혈 직후 간염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000년 4월 1일 이후 공급한 혈액 가운데 간염이나 에이즈 감염 우려가 있는 혈액 2500건을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혈로 인해 간염에 감염된 9명을 밝혀냈다. 이에 대해 조사 시점 이전에 수혈을 받은 뒤 질병에 감염된 수혈자들이 “2500건 이외의 다른 수혈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적십자에 요구하고 있는 것.

대한적십자사는 “환자가 병원에서 수혈로 인해 질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한 뒤 혈액의 일련번호를 제출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가 자신이 수혈 감염자인지를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의 한 관계자는 “환자가 혈액의 일련번호를 확인해도 수혈 감염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981년 혈액 업무를 시작한 뒤 5000여만건의 혈액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불과 2500건에 대한 추적 조사에서 9명의 수혈 감염자가 확인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혈 감염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환자들의 반발=시민단체들은 “대한적십자사가 적극적으로 수혈 감염 환자를 가려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姜柱成) 대표는 “수혈자가 감염 사실을 확인해야 보상하겠다는 것은 혈액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가 병원과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수혈 감염 환자의 가족들은 법적 절차를 밟을 태세다. 2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딸의 수혈 감염 사실을 통보받은 유모씨(31)는 “가능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김 장관은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과거 수혈 감염자에 대한 보상에 최선을 다 하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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