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90만명]청년실업 하루 380명씩 쏟아져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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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내수침체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15세∼29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은 9.1%로 치솟았다. 한 대학교의 취업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청년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내수침체가 계속되면서 지난달 15세∼29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은 9.1%로 치솟았다. 한 대학교의 취업 게시판 앞에서 한 학생이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정한씨(28)는 1년 넘게 ‘취업 재수’를 하고 있다. 수십 차례 원서를 냈으나 회사마다 불경기 때문에 뽑는 인원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해 취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실력과 학교성적 등에서 빠질 것이 없는 김씨는 “집안 사정도 넉넉지 못해 대학원 진학도 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국 사회가 싫어진다”고 말했다.

고용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청년실업자 매일 379명 양산=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46만명으로 1월보다 1만1000명, 지난해 2월에 비해서는 1만7000명이 각각 늘어났다. 이는 지난달에 매일 379명의 청년실업자가 새로 생긴 셈이다.

2월 중 청년실업률은 9.1%로 10명 중 1명꼴로 실업자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3623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에도 5175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이 만성적인 ‘사회 불만 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적으로 취업자는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청년층 일자리는 459만1000개로 전달에 비해 무려 6만개나 사라진 것도 문제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왜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나=권오술(權五述)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통상 2월은 20대 졸업자의 구직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업률이 가장 높다”며 “그러나 전체 일자리 증가와 계절 조정 실업률 개선 등을 볼 때 고용사정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전달에 비해 6만9000명이 늘어났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해보면 50만7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점에 비춰보면 의미가 있다

조동철(曺東徹)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팀장도 “전반적으로 고용사정은 좋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수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고용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별 취업자를 보면 지난달 제조업 부문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2월에 비해 2.9% 증가한 반면 내수침체가 계속되면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결국 내수가 회복돼야 ‘소비증가→서비스업 성장→고용촉진’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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