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속철로 지방화시대 열겠다더니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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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는 고속철도 개통 후 수도권과 부산 대전 광주에 인구 집중이 더욱 심해지리라고 전망했다. 수십조원 예산을 들인 고속철도가 오히려 지역간 성장 격차를 더욱 벌려 놓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고속철도가 지역균형 개발의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는 국토의 공간구조를 재배치하는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프랑스 일본처럼 정차역(停車驛)을 중심으로 지방 거점도시를 과감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의 제언은 적절하다. 정차역의 역세권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속철도 개통 후 통근 가능 거리가 확대돼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속철도가 서울에 거주하면서 지방 도시로 출퇴근 하는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이 되거나 지방의 각종 경제 문화 편의시설을 고사시키는 촉매제가 돼서는 안 된다.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기업과 수도권 상주인구의 지방이주 지원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지방 거주자의 고속철도 요금 보조도 검토해볼 만하다.

인구유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원, 경남 서부지역 등 고속철도 소외지역에 대해서는 특단의 정책적 배려가 따라야 한다. 분기점을 놓고 세 도시간 논란에 휘말린 호남고속철도도 더 이상 끌려 다니지 말고 이용객 편의를 중심으로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장항선, 전라선, 삼랑진∼진주 구간의 복선전철화를 앞당겨 고속철도와 연계 운영함으로써 고속철도 서비스를 소외 지역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속철도가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지, 아니면 거꾸로 갈지는 정부가 고속철도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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