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사 1년, 지하철은 안전한가<2>

  • 입력 2004년 2월 1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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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서울전동차정비창에서 열렸던 전동차 화재실험. 사진 뒤쪽에서 불 타는 것이 기존 전동차 실내이고 앞쪽은 불연재로 교체한 전동차 실내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말 서울 용산구 서울전동차정비창에서 열렸던 전동차 화재실험. 사진 뒤쪽에서 불 타는 것이 기존 전동차 실내이고 앞쪽은 불연재로 교체한 전동차 실내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2일 대구 달서구 유천동 대구지하철공사 월배차량기지. 기존의 지하철 전동차와 불연성 내장재로 만든 모형 전동차를 대상으로 모의화재실험이 열렸다.

기존 전동차는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며 내부와 외부 모두가 불에 타버렸다. 반면 불연재 전동차는 내부가 새까맣게 그을리긴 했지만 불연재엔 불이 붙지 않았고 연기도 훨씬 적었다.

이날 실험 결과 불연재 전동차는 기존 전동차에 비해 발열량은 62%, 연기발생량은 76%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구 참사가 발생했을 때 불에 타기 쉽고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전동차 바닥 및 의자, 장식물 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지하철의 전동차는 불연재로 교체되고 있지만 정작 대구지하철의 전동차는 바뀐 것이 없다.

▽여전한 화재 위험=서울지하철은 현재 전동차 의자를 불에 강한 스테인리스스틸로 바꾸고 있다. 1∼4호선은 올해 안으로, 5∼8호선은 내년까지 전체 전동차 3508량의 의자와 내장판 및 바닥재 등을 알루미늄 유리섬유 불연고무 등으로 바꿀 계획.

하지만 부산 대구 인천지하철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불연재로 교체하지 않았다. 대구지하철이 사고 직후 임시로 의자와 등받이 시트 등을 방염 처리해 운행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지하철공사는 대구 참사 직후 내장재의 조기 교체를 공언했으나 아직까지 교체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부산지하철 역시 사고 전에 비해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부실한 비상연락 장치=전국의 모든 전동차에는 비상연락시설이 있지만 성능이 떨어지고 위치도 적절하지 못하다.

서울지하철 1∼4호선 전동차 1944량 가운데 1844량에 비상벨이, 100량에 인터폰이 설치돼있다. 그러나 비상벨은 승객과 기관사가 대화를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인터폰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산지하철은 무선통신장치가 기관사와 사령실간의 통화만 가능해 사고 시 기관사와 기관사, 역무원, 소방서 사이의 통화가 가능한 설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개통 예정인 광주지하철의 경우는 양호하다. 인터폰을 눌러 기관사와 통화할 수 없을 경우 10초 안에 종합관제실과 연결된다.

비상연락장치가 너무 높게 설치된 경우도 개선해야 할 점. 부산지하철 전동차의 비상벨과 인터폰은 바닥에서 180cm 높이에 설치돼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접근도 쉽지 않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은 대구 참사 직후 인터폰의 높이를 190cm에서 160cm로 낮췄고 앞으로 140cm로 더 낮출 계획이다.

▽비상수동개폐기 및 기타 장비=사고 시 문을 열고 탈출하도록 하기 위한 비상수동개폐손잡이는 대부분 의자 아래쪽에 있어 승객들이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홍보를 강화해 위치를 알게 하면 괜찮다”고 말하지만 비상시엔 여전히 사용이 불편해 위쪽으로 위치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광주지하철은 전동차를 제작하면서 개폐기를 출입문 상단의 성인 눈높이에 설치했다.

승객용 비상마스크도 절대 부족하다. 대구 참사 이후 전동차 내부에 비상시 대처 요령 및 긴급전화번호 안내문을 붙여 놓았지만 이에 관한 안내방송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산보다는 의지 부족”=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동차 개선을 미뤄온 자치단체들은 올해부터 불연재 교체 등 본격적인 개선작업을 시작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예산 부족보다 의지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8월 건설교통부로부터 불연 내장재 교체공사 비용을 일부 지원받고도 늑장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희생자대책위원회 윤석기 위원장은 “참사 1년이 됐지만 만약 다시 사고가 난다면 작년과 똑같은 참사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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