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시장 자살]“권력에 의한 살인” “정치적 악용 말라”

  • 입력 2004년 2월 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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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치권은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자살 쇼크’에 휩싸였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특히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칠 부산 경남(PK)권 민심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 시장의 죽음이 표심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먼저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며 대여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이에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측은 야당의 정치 공세에 대해 “정략적 대응”이라고 맞섰다.

▽한나라당의 공세=한나라당은 안 시장의 자살을 ‘권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했다. 안 시장이 청와대의 입당 권유를 거부해 표적 및 강압수사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 삼선병원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에 부산구치소로 면회 갔을 때 안 시장이 ‘도저히 못 견디겠다. 죽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또 지난해 안 시장에 대한 수사설이 나왔을 당시 부산시장 사무실에서 안 시장을 독대했을 때 안 시장이 “약점 잡힐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몇 차례 찾아와 “도와 달라, 손잡고 일하자”고 제의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돕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이어 “고교(부산고) 동기인 안 시장은 학창시절부터 나, 정구영(鄭銶永)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50년간 친한 친구로 지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안 시장의 죽음이 열린우리당의 PK 약진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 사건은 안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문제이자 권력에 의한 테러”라며 “(열린우리당으로 간)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처럼 변절했으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배신자론’을 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철야 농성,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 등 강경론을 한때 검토했으나 섣부른 강경대응이 자칫 역풍을 불러올 것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대응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5일 오전 안 시장의 빈소를 찾아 문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4일 “이 전 총재가 수행비서와 함께 5일 오전 10시 김포공항에서 부산행 비행기를 탈 계획이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교섭단체 연설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철야농성,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등 강경론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공조에 나선 민주당=이번 사태의 초점을 여권에 맞췄다. 여권의 ‘총선 올인’ 전략에 따른 야당 단체장 빼내기가 근본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안 시장 자살이 김 전 경남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및 열린우리당 입당과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의 법정구속 등 광역자치단체장 빼내기 시도와 연관이 있다면 더욱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만(李相萬) 부대변인은 “영남은 물론 호남 등지에서도 단체장 빼내기에 혈안이 된 여권은 안 시장의 죽음으로 영남권에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전국적인 단체장 빼내기와 표적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검찰수사와 기소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며 진상조사 의지를 밝혔다.

▽당혹스러운 여권=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안 시장의 자살에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앞으로 부산지역 민심에 끼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 시장의 죽음을 “노무현 정권의 총선전략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이번 사건까지도 정치공세의 소재로 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의원의 경선자금 수사로 ‘호남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안 시장의 자살이 영남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양기대(梁基大) 부대변인은 “정치권은 이런 불상사에 대해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접근을 자제하는 것이 예의”라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검은돈의 유착관계를 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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