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호접란 對美수출 '삐걱'…시설부실-기술부족 탓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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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지금까지 90억원을 들여 추진한 ‘호접란(胡蝶蘭)’ 미국 농장 사업이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이 사업의 회생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최근 제주도에 제출한 ‘호접란 사업 업무추진 분석’에서 미국 농장의 시설이 부실하고 재배 및 시설관리 기술자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공사는 또 책임경영 부재, 판매 시스템 구축 미흡, 우수종묘 선정 실패, 재배기술 한계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열거했다.

▽호접란 사업의 경과=제주도는 제주 농산물의 대외 경쟁력 강화와 대미 수출전진기지 확보를 위해 2000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1만290여평의 부지에 호접란 재배 농장을 조성했다. 도는 이 농장에 2298평의 비닐하우스 시설을 개보수하고 2808평 규모 비닐하우수를 신축하고 있다.

제주도는 또 제주 지역에 호접란 수출 농가 16곳을 선정, 1만평 부지에 152만 그루의 호접란 종묘를 입식했다. 도는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18만 그루의 호접란을 미국에 보냈으나 이 가운데 1만여 그루만 시장에 판매됐고 꽃을 피우지 못한 9만 그루는 폐기 처분됐다.

도는 호접란을 미국의 현지 농장으로 옮겨 6개월 동안 더 재배해 그루당 미화 6∼10달러에 출하할 계획이었으나 첫 시도부터 실패한 셈이다. 제주도는 농장 매입, 제주 수출단지조성, 장비 구입, 종묘 구입, 수출 경비 등 2000년부터 올해까지 90억원을 투자했지만 3년간 판매액은 7000만∼8000만원에 불과했다. 도는 호접란의 현지 폐기로 4억원 가량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 및 대책=제주도는 호접란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도는 최근 호접란 수출업무 담당 업체를 ㈜제주교역에서 제주지방개발공사로 바꾸고 미국 현지 농장 관리 및 호접란 재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 호접란 재배 시설 1500평을 증축해 50만그루를 미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제주도의회 농수산환경위원회는 내년 호접란 하우스시설비 등 예산 8억원을 모두 삭감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 이한권(李漢權) 농업특작과장은 “지난해 기온이 낮을 때 수출한데다 뿌리 흙을 털어내 살아있는 상태로 포장하는 기술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그동안 미숙한 점을 보완해 호접란 수출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호접란은 꽃 모양이 나비를 닮은 서양란으로 꽃 수명이 3개월 가량이어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다.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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