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2심도 유죄…임동원씨등 4명 1심대로 執猶선고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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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 등 4명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량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오세빈·吳世彬 부장판사)는 28일 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전 원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현대그룹에 대한 산업은행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이근영(李瑾榮) 전 산은 총재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부총재에게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에 선고유예 2년이 선고된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항소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으며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던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출국한 상태여서 다음달 5일 오전 10시반에 별도로 선고하기로 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가 추가돼 다음달 중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대북송금이 통치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나,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띤 통치행위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회담 개최 과정에서 실정법을 어긴 송금행위는 통치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측은 현대건설 및 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거액 대출이 당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적법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하나 현대에 필요한 유동성 규모, 대출금의 사용처, 돈을 돌려받을 방법 등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뜻 대출을 결정해 은행에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햇볕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상회담 성사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청와대의 지시를 어길 수 없었다는 점은 인정되나 국가가 현대그룹에 대한 지원 및 대북송금에 관여해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 책임이 적지 않다”며 “1심 형량은 법정 최저형이었으므로 더 이상 감형의 여지가 없어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에 대해 임 전 원장은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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