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지자체 "바닷모래 살리자"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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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모래를 지켜라’

서남해안을 끼고 있는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무분별한 골재 채취와 제방, 도로 건설 등으로 해안 침식이 가속화되자 바닷모래 유실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십 년 간 진행돼온 모래채취 허가를 전면 중단한 것은 물론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책(木柵)을 설치하거나 선착장과 콘크리트 도로를 철거하는 등 바다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다 목책=무안군은 지난달 망운면 톱머리, 송현리 조금나루, 해제면 도리포 등 해수욕장 3곳에 대나무와 말뚝으로 만든 ‘바닷모래 포집기능 시설’을 설치했다.

총 길이 664m의 이 시설은 대나무를 1m 길이로 잘라 발을 엮은 뒤 백사장에 20∼30cm 간격으로 지그재그로 묻은 것으로 썰물, 밀물 때 모래가 휩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고 방풍(防風)효과가 있어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한다.

바다 목책을 설치한 지 한달여가 지나면서 목책 주변에는 많게는 20cm 가량 모래톱이 쌓이는 등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무안군 관계자는 “해안선 220.5km 가운데 현경면 해제면 등 일부 지역이 해안 침식으로 밭과 산이 바다로 변하는 등 피해를 잇따라 이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물길 만들기=‘바다 갈라짐 현상’(일명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여수시 화정면 사도는 1980년대 중반 새마을사업으로 사도와 중도를 연결하는 제방도로 등이 놓이면서 모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류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발정책으로 모래로 가득했던 백사장은 자갈밭으로 변하고 일부는 갯벌이 드러나기도 했다.

천혜의 백사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시는 지난달 사도 본섬과 중도를 연결하는 138m 도로를 없애는 대신 아치교 형태의 다리를 놓았다. 본섬과 마을 앞 바위섬(낫끝)을 연결하는 콘크리트 도로에도 조류 소통이 가능하도록 아치형태의 구멍을 뚫었다.

▽되살아난 명사십리=맑은 물과 완만한 경사에 고운 모래가 3.8km나 펼쳐져 피서지로 유명한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도 10여 년 전에 설치된 선착장이 골칫거리였다.

백사장을 가로질러 건설된 길이 60m, 폭 4m의 선착장 2곳이 조류의 방향을 바꾸면서 백사장 모래가 유실돼 일부 구간은 갯벌이 드러날 정도로 얄팍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곳의 선착장은 백사장 한가운데 위치해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완도군은 주민들과 협의해 4월 선착장 2곳을 철거했다. 또 해안의 폭 4∼5m, 길이 1400m 콘크리트 도로를 6월에 걷어낸데 이어 나머지 구간 900m도 연말까지 없애고 그 곳에 모래를 채울 계획이다.

▽모래채취 전면 불허=신안군은 27개 지역 58.7km의 사구(砂丘·모래언덕) 중 34.5km를 유실 또는 유실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증도 우전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 태풍 ‘루사’로 높이 2m의 해안선 사구가 1m 가량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해송이 넘어지고 일부 해송은 뿌리를 드러냈다.

국민관광지인 임자면 대광해수욕장의 육지 부위는 옹벽을 쌓았으나 모래가 쓸려나가 갯벌이 보일 정도고 자은면 백길 해수욕장 사구도 심각할 정도로 유실되자 신안군은 지난해 8월부터 바다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또 불법 모래채취를 단속하기위해 4월 광주지검 목포지청과 협의, 전국에서 처음으로 모래 채취 단속 공무원 2명을 사법 경찰관으로 임명, 올 들어 18건을 적발하기도 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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