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내게 해준게 무엇인가” 서울大 심층면접 이색문제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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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실시된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 면접구술고사에서는 인문계열의 경우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울러 주제를 재구성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자연계열의 경우 실생활에 과학적 사고를 응용해 적용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이날 시험은 1단계 합격자 2973명을 대상으로 기본소양평가와 학업적성평가로 나뉘어 실시됐으며 수험생들은 질문지를 받아 20여분가량 준비한 뒤 20∼30여분간 면접을 했다.

인문계 기본소양평가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영어와 국한문이 섞인 지문이 나왔으며 이를 문학작품이나 그래프에 적용하는 능력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서울대는 오전에 ‘인식의 객관성’을 주제로 에릭 홉스봄의 ‘역사론(On History)’(영문)과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국한문 혼용)의 관계를 묻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장인물의 현실 인식을 앞선 2개 지문의 입장에서 설명하라는 문제를 냈다.

오후에는 ‘자유, 평등, 국가의 개입을 통한 분배’를 주제로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삶에 대한 국가의 통제 정도와 물질적 만족의 관계에 대한 그래프를 해석하도록 하는 문제가 나왔다.

“학생은 우리 사회가 둘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등의 추가 질문도 있었다.

학업적성평가에서 농생대는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찬반을, 법대는 ‘판사의 개인적 가치관과 경험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이에 승복해야만 하는 이유’를 묻는 문제를 냈다.

사범대는 ‘부모가 나에게 해준 것은 무엇인지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자연계는 단과대별로 기본소양평가를 실시했으며 학업적성평가에서는 지구의 자전주기에 관한 글을 주고 지구와 달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묻는 심층적인 문제가 많아 수험생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자연대에 지원한 이모양(18)은 “깊이 있는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많아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하다”면서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준비했더라고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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