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로 제발 와주세요” 위기의 지방대 존폐 갈림길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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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입 전형을 앞두고 적지 않은 지방 사립대가 생존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4년제와 전문대를 포함한 전체 대입 응시생이 대학 정원에 미달할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기반이 취약한 지방 사립대는 신입생이 정원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추진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다수의 지방대가 폐교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방대의 현실=16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1만6000여명이 줄어든 63만9000명이며, 전체 대학정원은 전문대를 합쳐 62만7000여명이다.

수치상 경쟁률은 1.02 대 1이지만 미응시생을 감안하면 실질경쟁률은 1 대 1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년제 지방대의 실질경쟁률은 수험생의 역외유출을 고려하면 0.8∼1.3 대 1, 전문대를 포함하면 0.4∼0.8 대 1로 일부 대학은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부산 1만5000여명, 광주 전남 2만여명, 전북 1만5000여명, 대전 충남 2만여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추세와 최근의 출산율 등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상당수의 지방대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다.

▽지방대의 몸부림=지방대들은 미달규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들은 수도권에 응시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10월 중순 ‘부산지역 대학 이래서 좋다’는 소책자를 발간하고 공동홍보에 나섰다. 경성대는 거액을 들여 7일부터 66개교 2만4000여명의 고3 학생을 초청, 입시설명회와 뮤지컬 공연을 개최했다.

강원 삼척대는 7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입학설명회를 개최해 37명의 학생을 뽑기도 했다.

광주 H대는 올 1학기부터 교수 30여명에게 수도권의 180개 고교를 분담해 신입생을 유치하도록 했으며, 많이 유치한 교수는 업적평가 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전남 D대는 1800여명에 이르는 신입생 전원의 입학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북 H대는 4년째 응시율이 정원의 50%를 밑돌자 아예 모집정원을 절반으로 자진 축소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대책은 없나=묘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방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지방대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고교 졸업생의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간 통폐합과 정원축소 등의 고강도 구조조정만이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학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행이 매우 어려운 실정.

지금까지 통폐합은 1996년 국립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부경대로 합쳐진 것과, 2002년 2년제인 부산 성심외국어대가 4년제 영산대에 흡수통합된 것이 전부다.

교육부도 우수대학에 대한 선별지원으로 무한경쟁을 유도하면서 부실대학의 도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지방대가 이렇게 된 것은 교육수요 예측과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담하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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